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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단속 악순환 끝나나…서울시, 내년부터 허가제로 바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 전체에 허가제 도입한 건 서울이 처음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6.13 정신계승 노점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주최로 열린 '6.13 정신계승 노점상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거리가게(노점상) 정책이 내년부터 단속 중심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정식 허가를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노점 영업을 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거리가게 가이드라인’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1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도로점용 허가제’다. 노점 상인은 도로점용 허가를 신청해 허가증을 받으면 영업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다. 서울시내에 있는 기존 노점에 한해서다. 신규 영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허가는 1년 단위로, 허가받은 사람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 질병 등 일시적 사유로 운영이 어려울 경우에만 사전 승인을 받아 보조운영자(배우자)가 운영할 수 있다.

설치기준도 지켜야 한다. 최소 폭 2.5 m 이상의 보도에서 영업해야 한다. 버스·택시 대기공간의 양 끝 지점부터 2m, 지하철·지하상가 출입구, 횡단보도 등에서 2.5m 이상 간격이 있어야 한다. 노점상 최대 면적은 3m×2.5m다. 판매대는 바퀴를 달거나 보도와 8㎝ 이상 간극을 둬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허가 받으면 서울시 조례에 따라 1㎡ 단위별로 토지 가격에 0.007~0.05를 곱한 금액을 연간 도로 점용료로 내야한다. 허가 면적을 넘어 도로를 점용하면 최대 1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허가를 받은 뒤 다른 사람에게 노점상을 전매·전대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선 안 된다.

도로점용 허가제를 도입해 운영 중인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노점상 모습.[연합뉴스]

도로점용 허가제를 도입해 운영 중인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노점상 모습.[연합뉴스]

남대문시장이 있는 중구 등 일부 자치구에서 특정 지역에 도로점용 허가제를 실시해왔지만, 시 전체에 도입한 것은 서울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서울시 노점은 7300여 개다. 자치구로부터 도로점용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1000여 개를 제외하면 6000개 넘는 노점이 불법 영업이었다. 하지만 노점 상인이 대부분 영세한 서민이라 지나친 단속과 규제가 이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많았다.

가이드라인은 서울시가 2013년 12월 출범시킨 ‘거리가게 상생정책자문단’이 4년 6개월 만에 만든 것이다. 자문단은 도시계획·디자인 전문가, 시민단체와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등으로 구성됐다. 자문단은 내부 의견 충돌로 인해 전노련과민주노련이 자문단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하기도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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