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앞지른 음악 수출 5600억 … 성장 가능성 ‘맑음’

중앙선데이

입력 2018.06.30 01:34

업데이트 2018.06.30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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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호 04면

SPECIAL REPORT 

1997년 중국에선 한국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가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인들은 철 지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자신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자유분방한 한국 문화에 매료됐다. 한류는 이처럼 드라마가 이끌어갔다. 일본에서도 ‘가을동화’(2000), ‘겨울연가’(2002)가 방영돼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류의 시작이었다.

K팝 과거와 미래
BTS·블랙핑크 속속 빌보드 점령
외국인 멤버 영입 전략도 먹혀
“세대교체 안정적, 10% 이상 성장”

매출액을 따졌을 때 각 분야의 산업 규모는 지난해 기준 방송(17조8000억원), 영화(5조9000억원), 음악(5조8000억원) 순이다. 아직은 방송이 절대적으로 큰 것이다. 하지만 콘텐트 수출액을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음악산업은 약 5억 달러(5600억원)를 수출해 4억2000만 달러(4700억원)를 기록한 방송을 앞질렀다. 역전이 시작된 2015년에 이어 음악 콘텐트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현지 호응도 훨씬 뜨겁다.

90년대에도 아이돌의 일본·대만·홍콩 진출이 있었지만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는 없었다. 이때까지는 한국 음악은 ‘내수 상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 2세대 아이돌 등장으로 흐름은 달라졌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진출을 노리고 언어와 문화를 배우거나 아예 외국어 능통자를 뽑아 맞춤 트레이닝을 했다. 보아가 대표적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 한국 대표 수출 문화 콘텐트는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의 음악으로 완전히 전환됐다. 2009년 음악산업 수출액은 3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드라마 등 방송 콘텐트 수출액이 1.9% 증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아이돌을 향한 팬덤이 형성되면서 관련 소비가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동남아에서는 한국 음악 관련 콘텐트 수출액은 2008년 256만 달러에서 2009년 641만 달러로 149% 증가했다. 동남아시아에서 한류 콘텐트의 가능성이 보이자 이에 대응하는 주요 기획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JYP엔터테인먼트는 2PM을 기획하면서 태국 출신 멤버(닉쿤)를 영입하는 전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아이돌은 소셜미디어를 무기로 팬층을 유럽과 중남미, 북미로 확대할 수 있었다. 2014년 처음으로 음악산업 수출액이 3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성공적인 미국 진출을 한 방탄소년단이 현재 빌보드 차트에 진입하면서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이 풀리면서 한국 아이돌 그룹 공연과 중국 내 활동이 재개돼 올해 전망은 더욱 밝다. 한동안 주춤했던 걸그룹도 최근 맹활약 중이다. 2NE1, 카라 등 해외 활동이 활발했던 걸그룹이 차례로 해체되면서 걸그룹 가뭄이 왔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 등 데뷔 3년 차 미만의 그룹들이 대거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블랙핑크는 28일 빌보드 메인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산업정책책임연구원인 성미경 박사는 “아이돌 그룹 세대교체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은 10% 이상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 박사는 또 “엄청난 화력을 갖고 있는 팬덤을 보유한 아이돌 지적재산권(IP)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 공연과 굿즈, 게임 등으로 확대되고 있어 산업적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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