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끈한 한국 드라마, 멕시코서 통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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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멕시코 라디오센트로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 회장.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멕시코 라디오센트로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 회장. [사진 한국국제교류재단]

“오래전부터 관심이 커서 챙겨본 한국 드라마만 수백 편 될 겁니다. 대부분 스토리가 탄탄하고 수준이 높았습니다.” 멕시코 최대 라디오 방송기업 라디오센트로 그룹을 이끄는 프란시스코 아기레 고메즈(사진) 회장의 말이다. 12개 채널을 보유, 라디오 점유율 60%에 달하는 라디오센트로 그룹은 올해 말부터 3개 TV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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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한국 콘텐트의 가장 큰 장점을 “긍정의 힘”이라고 했다. “멕시코에서 점차 가족적인 가치가 소홀해지고 있고, 대부분 콘텐트가 높은 시청률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이런 가치를 담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는 가족적 가치나 문화적 가치를 놓치지 않아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멕시코 인구 1억3000만 명 중 한류에 대해 아는 이들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넷플릭스나 인터넷을 통해 K팝과 드라마 등을 소수만 제한적으로 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에 한국 드라마는 2000년대 초 ‘별은 내 가슴에’와 ‘이브의 모든 것’등이 방영돼 인기를 끌었지만 이후 ‘겨울연가’가 큰 반응을 얻지 못한 뒤 직수입 사례가 없었다. 대신 간헐적으로 리메이크가 이어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멕시코판은 지난해 동시간대 최고인 2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2016년 ‘꽃보다 남자’의 리메이크는 흥행에 실패했다.

고메즈 회장은 최근의 방탄소년단 비하 논란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멕시코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한국 문화에 대한 정보와 이해 부족 때문”이라며 “앞으로 한류 확산을 통해 오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멕시코 방송 진행자는 지난달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며 “게이 클럽에서 일하는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고메즈 회장은 “한국은 멕시코와 14시간의 시차, 1만4000㎞의 거리란 어려움이 있지만 원래 산을 움직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국 자동차나 휴대폰만큼이나 한국의 콘텐트 또한 경쟁력이 있다. 멕시코 시장 진출을 위한 마스터플랜과 일관된 전략만 있다면 그 어떤 콘텐트보다 빠르게 퍼질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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