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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민간 공공임대 주택사업 갈등

중앙일보

입력

10년 만기 공공임대 주택사업을 놓고 시장에 참여중인 민간 건설업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익성 악화에다 비난 여론까지 높아지자 철수까지 고심하고 있다. 이러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공공임대 주택 공급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10년 공공임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민간 건설사가 공공 택지에 임대 아파트를 짓고, 입주민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받다가 10년이 되면 분양 우선권을 준다. 무주택 서민에게 장기적 주거안정과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지자체에게 수리 거부권을 주는 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임대료 인상률을 제한하고 지자체에게 수리 거부권을 주는 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공공임대 주택사업은 일반분양 주택과 달리 매각 금지,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공적 의무가 주어진다. 민간 기업으로선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임대료 인상률을 매년 5% 이내에서 가능하게 하고,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주변 시세를 고려해 감정평가금액 이하로 분양전환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임대료 인상률에 대한 불만,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으로 인한 분양전환가 책정 논란 등으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다 분양전환가를 낮추는 세 개의 법안도 발의된 상황이다. 그러면서 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다.

민간 사업자에게는 부담스런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임대료 인상률을 2년 간 5%(연 2.5%)로 묶는 내용의 ‘임대주택 임대료 5%인상 제한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임대주택 건설사에겐 타격이 크다. 임대료 인상률이 현행보다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임대료 인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수리 거부권, 과도한 임대료 인상분에 대한 사후 반환청구권 등이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이러면 민간 기업들이 사업 과정에서 재량권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들 것”이라며 “법과 제도를 따랐을 뿐인데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양전환 조건을 바꾸면 누가 사업을 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민간 건설사로선 주무 부처만 믿고 참여했던 공공임대 주택사업의 명분과 실리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공공 주택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금 흐름까지 압박을 받으면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민간 건설사가 공공임대 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토부는 올해 약 15만 가구를 시작으로 2022년까지 전국에 100만 가구의 공적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건설사들의 임대 주택사업 철수가 현실화하면 이 같은 목표 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토부와 기초자치단체 등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부 물량에 한해 민간 건설사들이 나누거나 할당제를 도입해 소화하는 것에 그칠 수 있어서다.

기존 임대 아파트의 관리 문제도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공공 주택의 관리 주체와 예산 부담 부서를 결정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논쟁이 될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간접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수 없다. 민간 건설사들의 임대 사업 철수가 가시화할 경우 LH로서는 신규 참여 기업을 찾아야 하는 만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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