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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탐방 구의원은 여러분의 무관심을 먹고 자랍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특별시 마포구에는 18명의 구의원이 있다. 시민들이 직접 뽑은 이들의 월급은 352만원. 업무 추진비를 포함하면 매달 408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의회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을 맡으면 매달 수백만원의 활동비가 추가로 입금된다.

구의원프로젝트 출마자 좌담회 #“대통령보다 구의원 바뀌어야 삶 변해” #“다음 선거엔 더 많은 청년 출마했으면”

중앙일보 '우리동네 의회 살림' 조사에 따르면 지난 7대 마포구 의회 의장단이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은 ‘동경일식’이다. 이곳에서만 약 2000만원 가까운 세금이 사용됐다. 올해 이들의 해외 출장비 예산은 6143만원. 1인당 341만원꼴이다.

중앙일보 '우리동네 의회살림'에서 탈탈 털어본 마포구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 [박태인 기자]

중앙일보 '우리동네 의회살림'에서 탈탈 털어본 마포구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현황. [박태인 기자]

12년차 전직 기자인 차윤주(36)씨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마포구 구의원에 출마했다. '맛집 탐방'에 세금을 사용하는 구의원을 교체하기 위해서다. 득표율 18.6%. 2068표를 받은 차 씨는 2위 후보와 302표 차이로 낙선했다.

왜 낙선 결과를 1위가 아닌 2위 후보와 비교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린다. 지방 선거에서 동네 구의원은 2등까지 당선된다. 이를 2인 선거구제라 한다. 유권자들이 당을 보고 찍다 보니 보통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한 석씩 나눠 가진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못 받은 후보는 한국당으로, 한국당의 공천을 못 받은 후보는 바른미래당으로 당을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공천만 받으면 되니 어떤 국회의원의 올케 등 황당한 자격을 가진 기초의원들 역시 등장한다.

서울의 한 전직 구청장은 “구의원에 무관심한 유권자가 당만 보고 찍으니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선거 운동원이나 지인을 구의원으로 공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후보의 자격보다 끈끈한 인맥과 국회의원에 대한 충성도가 당락에 결정적이란 뜻이다.

차씨는 “유세를 하다 보면 지역에서 구의원은 두 명이 당선되는 사실조차 모르는 유권자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며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서 동네 정치가 엉망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마포구의회는 5600억원에 달하는 마포구청 예산을 감시한다. 엉망인 동네 정치는 내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구의원에 출마했던 청년 후보들의 모습. 왼쪽부터 우정이, 김정은, 곽승희, 차윤주 후보. [사진 구의원프로젝트]

6.13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구의원에 출마했던 청년 후보들의 모습. 왼쪽부터 우정이, 김정은, 곽승희, 차윤주 후보. [사진 구의원프로젝트]

차씨와 함께 지난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성들이 있다. 일명 ‘구의원 프로젝트’

국제 통역사인 우정이(39)씨와 학원 강사 김정은(38)씨는 차씨와는 다른 마포구 지역구에 출마했고 잡지 편집자 출신 곽승희(31)씨는 금천구에 출마했다. 이들은 총 6610표를 받았다. 첫 도전임에도 예상보다 많은 표를 받았지만 결과는 모두 낙선.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에 모인 이들은 구의원 출마 과정에서 직접 보고 느낀 한국 동네정치의 민낯을 술술 풀어냈다.

좌담회는 1시간가량 이어졌다. 대화 주제는 동네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부터 구의원 4명이 당선되는 4인 선거구제를 2인 선거구제로 쪼갠 거대 양당의 기득권에 대한 성토까지 이어졌다.

김 씨는 좌담회에서 “마포처럼 젊고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동네를 대표하는 의원들이 대부분 60대 남성이라는 사실이 답답했다”고 했다.

우 씨는 “사람들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밀당이 재미있지 동네 정치는 재미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것은 두 정상이 아닌 내 옆의 구의원”이라고 강조했다.

곽 씨는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음 선거 때는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 출마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곽씨는 구의원 출마 과정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동네 정치를 바꿔보기 위해 직접 출마한 네 명의 여성들. 자세한 이야기는 영상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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