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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후 미래의학 어떻게 달라질까] 癌 사망 줄고 치매로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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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 자신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둬야할 대상은 무엇일까. 암도 아니고 뇌졸중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뇌와 뼈'에 주목할 것을 당부한다.

첨단의학의 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암과 뇌졸중은 해결의 고삐를 찾아내는 반면 치매(뇌)와 관절염.골다공증(뼈)은 여전히 극복이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30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 사회가 다가온다. 노인들의 수명은 늘어나고 레크리에이션 등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총명한 머리와 튼튼한 뼈가 삶의 질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첨단의학이 바꿔놓을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미래 의학 이렇게 달라진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국의학원(이사장 유승흠 연세대 보건대학원장)이 최근 펴낸 '의학자 1백14인이 내다보는 의학의 미래'를 토대로 앞으로 달라질 건강한 삶을 그려본다.

◇뇌와 뼈에 주목하라=치매와 관절염은 연령의 증가와 직결되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이다. 미래사회에서도 가장 극복이 쉽지 않은 질환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치매의 경우 몇 가지 신약이 있지만 초기 기억력을 약간 회복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충북대 의대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고혈압.당뇨 등 뇌혈관 손상을 초래하는 질환을 예방하고 머리를 부딪치지 않게 주의하며 독서와 암기 등 학습을 많이 할수록 치매 발생률이 줄어든다"고 충고했다.

여기에 여성호르몬 요법과 비타민의 섭취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관절염.골다공증 등 뼈 질환도 마찬가지. 특히 유리뼈로 일컬어지는 골다공증이 문제다. 관절염과 달리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들어 골절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자신의 뼈가 엉성한 지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골밀도가 낮을 경우 운동과 약물요법을 통해 골밀도를 높일 수 있다.

◇완치가 안되면 조절로 승부한다 =암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암치료의 근본은 수술과 항암제.방사선을 통해 암세포를 가능하면 많이 죽인다는 것. 그러나 정상세포도 손상받게 되는 것이 흠.

암 덩어리는 줄어들었지만 쇠약해진 몸으로 불과 수개월 생명을 연장하는데 그친다. 미래사회 암치료는 암세포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다.

굳이 암세포를 뿌리뽑지 않아도 평균수명까지 활동하면서 사는데 지장을 주지 않으면 된다는 것. 열쇠는 분화유도제와 부작용을 줄인 항암제 등 신약에서 나온다.

고려대구로병원 내과 김준석 교수는 "레티노이드와 삼산화비소.사이토카인 등 분화유도제는 암세포를 정상세포에 가깝게 분화시켜 얌전하게 만들어준다"며 "아직 초보적 수준이지만 암은 무조건 떼어낸다는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 걱정이 필요없다=인공혈액.인공망막.인공간.인공췌장 등 지금까지 제작이 불가능한 인공 장기들이 대량 생산된다. 인공혈액으로 헌혈이 필요없으며 인공망막으로 당뇨망막증이나 황반변성증으로 실명한 사람들이 다시 광명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공간은 말기 간경변이나 간암환자에게, 인공췌장은 난치성 당뇨환자에게 희망을 준다. 줄기세포는 보다 완벽한 세포와 조직을 인간에게 제공한다.

국립보건원 중앙유전체연구소 오범석 실장은 "배아복제나 성체줄기세포 등을 이용해 시험관에서 원하는 세포를 배양해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특히 당뇨와 파킨슨병,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심장병과 근육질환 등 세포가 손상되거나 결핍돼 생긴 난치병 치료에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물로 영혼마저 다스린다=지금도 항불안제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항우울제로 기분을 좋아지게 하며, 항정신병치료제로 망상과 환각을 없애고 생각을 정리해주는 등 초보적 수준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김창윤 교수는 "불안증.우울증.정신분열병 등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뇌의 병이며 이것은 약물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며 "지능과 사고, 정서와 감정 등 인간의 정신에 대한 탐구가 진행되면 지금처럼 정신질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알약으로 마음의 고통을 해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기가 자취를 감춘다=현대의학도 아직 바이러스에 대해선 취약하기 그지없다. 항생제가 있지만 세균만 죽일뿐 바이러스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감기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결과가 진전되면서 바이러스 정복에 대한 실마리도 풀릴 전망이다.

현재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인 라이노바이러스의 증식을 차단하는 신약이 미국식품의약국의 공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백순영 교수는 "에이즈 예방백신과 함께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파필로마바이러스 백신, 간암을 예방하는 간염 바이러스 치료제가 잇따라 등장해 바이러스 정복을 앞당길 것"으로 전망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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