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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1년 만에 최고급 아파트 거주" 美교민 1인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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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규 집앞 찾아간 美교민…이인규 “‘논두렁시계’는 원세훈이 제안”

해외 도피의혹을 사고 있는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최근 미국 워싱턴DC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현지 교민들이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을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한 교민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미씨USA]

한 교민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미씨USA]

지난 24일 미주 최대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씨 USA’에는 이 전 부장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한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시위에 나선 회원은 “북미민주포럼과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등에서 현상금 500달러에 수배했지만, 한동안 잠적했다”며 “1년 만에 워싱턴 최고급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논두렁 시계 망신, 사기조작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파렴치범 이인규”라고 덧붙였다.

첫 번째 사진에는 피켓을 들고 있는 한 교민이 서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이 전 부장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찍힌 메모가 보인다.

사진속 피켓에는 ‘이인규 보고 있나? 공소시효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다”며 “논두렁 시계 조작사건 너가 했냐? 맹박(이명박 전 대통령)이냐? 워싱턴 동포를 물로 보냐? 이인규, 끝까지 쫓아간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두 번째 사진에는 “대한민국 검찰은 즉각 이인규를 소환하여 ‘논두렁 시계’ 조작을 재조사 하라”며 하단에는 커뮤니티 사이트 이름 ‘워싱턴 미씨’가 적혀있다.

한 교민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미씨USA]

한 교민이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아파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미씨USA]

지난해 8월 미국으로 온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 대해 미시 회원들은 현상금까지 내걸었다. 미시 USA는 미주 한인이 만든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로 약 3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미주 최대 커뮤니티다.

‘미씨 USA’는 19일(현지시각) 이 전 중수부장이 가족과 함께 중국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장면과 그가 이용하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 글에는 ‘(이인규) 미국 버지니아 애난데일에 있는 한 중국집에서 와이프랑 딸이랑 밥 먹는다’라는 설명과 함께 이 전 부장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과 그의 가족들이 식사하고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추가됐다.
이어 주차장에 세워진 BMW 차량 사진도 첨부됐다. 게시자는 ‘비 오는데 기다렸다가 보니 이 차 타고 갔다’고 설명했다.  이 게시글과 사진은 SNS 등을 통해 확산하며 네티즌의 관심을 끌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진을 공개하며 이 전 부장을 즉각 소환해 수사하라고 요청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미씨USA'의 네티즌들이 결국 이인규 전 대검중수부장을 몇달 만에 찾아냈다. 미국에서 편하게 잘살고 있다고 한다. 국민은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 공작 의혹의 진실을 알고 싶다. 이인규를 즉각 소환해 수사하라"는 글과 함께 미씨USA 게시판에 게재된 사진을 올렸다.

지난해 8월에는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인근에 체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교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이 전 부장을 페어팩스의 한 한인 상점에서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북미 민주포럼 등 교민단체들은 500달러 가량의 제보 현상금을 내걸고 그의 행방을 뒤쫓기도 했다.

“원세훈이 검찰총장에 전화해 ‘논두렁시계’ 보도 제안” 

태광실업과 노무현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2009년 이인규(왼쪽)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중앙포토]

태광실업과 노무현 정부 고위인사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2009년 이인규(왼쪽)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중앙포토]

이러한 가운데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이른바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에 국가정보원이 있고 검찰은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 전 부장은 과거 대검 중수부가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할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임채진 당시 검찰총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급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달라고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부장은 25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원 전 원장이) 임채진 검찰총장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노 전 대통령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거절을 당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고급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은 이로부터 일주일쯤 뒤인 2009년 4월 22일 KBS에 보도됐다고 이 전 부장은 밝혔다.

이 전 부장은 보도가 나갈 당시 원 전 원장의 고교후배인 김영호 당시 행정안전부 차관 등과 저녁 식사 중이었고, 보도를 접한 뒤 욕설과 함께 원 전 원장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국정원 간부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야단을 쳐서 돌려보냈는데도 결국 이런 파렴치한 짓을 꾸몄다. 정말 나쁜 X이다. 원세훈 원장님은 차관님 고등학교 선배 아니냐. 원세훈 원장에게 내가 정말 X자식이라고 하더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의 2009년 5월 13일 SBS 보도 역시 국정원의 소행으로 의심한다고 이 전 부장은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더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그동안의 보도 경위를 확인해봤다. 그 결과 KBS 보도는 국정원 대변인실이 개입해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간 국정원의 행태와 SBS 보도 내용, 원 전 원장과 SBS와의 개인적 인연 등을 고려해볼 때 SBS 보도의 배후에도 국정원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노 전 대통령의 고가 시계 수수 관련 보도는 유감스러운 일이나 저를 포함한 검찰 누구도 이와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계획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o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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