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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통산안타 1위 박용택 "내게 남은 건 우승과 3000안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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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LG 감독의 축하를 받는 박용택. [연합뉴스]

류중일 LG 감독의 축하를 받는 박용택. [연합뉴스]

프로야구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39)이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양준혁이 갖고 있던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넘어섰다.

프로통산 17시즌 만에 2321안타 #양준혁 뛰어넘어 최다안타 1위 등극

박용택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 1회 말 1사 1루에서 롯데 선발 노경은의 시속 142㎞ 직구를 때려 2루타를 날렸다. 박용택이 친 타구는 우중간 담장까지 날아갔고, 우익수 민병헌이 점프캐치를 시도했으나 잡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도 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3회 삼진으로 물러난 박용택은 4회 고효준을 상대로 우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를 쳤다. 전날까지 통산 2317안타(2017경기)를 친 박용택은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전 삼성·2318개·2135경기)을 넘어섰다. 박용택은 안타 2개를 추가해 2321개까지 기록을 늘렸다. 18-8 승리를 거둔 덕분에 LG 팬들과 선수단은 박용택의 대기록 작성을 더 크게 축하할 수 있었다.

200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박용택은 그해 4월 16일 인천 SK전에서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2009년 9월 10일 대구 삼성전에서 1000안타를 돌파했고, 2013년 7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선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2016년 8월 11일 잠실 NC전에선 KBO 통산 6번째로 2000안타를 달성했다. 2008년을 제외하면 매년 세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는 등 꾸준하게 활약했다. 다음은 박용택과의 1문1답.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는 박용택. [연합뉴스]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을 세우는 박용택. [연합뉴스]

-소감은.
"'기록이 나오는 날 이겨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어려운 경기였는데 후배들이 멋진 경기를 만들어줬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눈물? 이제 끝이 아니니까. 해야할 일들이 많다."

-동점 적시타도 때렸다.
"찬스가 아니었다면 기록에 대한 신경도 쓰였을텐데, 2점 차로 따라붙는 상황이라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안타는.
"첫 안타다. 내 기억에 2루타 3개를 친 건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양준혁 해설위원이 직접 와서 축하했다.
"선배님께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와주셔서 기쁘다. 선배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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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안타를 목표라고 밝혔다.
"제가 처음 얘기했을 땐 다들 농담으로 들으셨을 것 같다. 지금도 그런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는 진지하다. 목표를 세워야 나이나 권태감을 이겨낼 것 같아 세운 목표다."

-안타를 친 뒤 무슨 생각을 먼저 했나.
"동점이 됐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오늘 경기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투수 교체가 된 덕분에 여러 사람을 떠올렸다. 평소 야구장에 가족들이 잘 오지 않는데 오늘 부모님, 장모님, 아내, 아이까지 모두 왔다.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좋았다. 사실 내 나이가 서른 정도 됐을 때 최다안타를 세울 거라고는 저말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용달 타격코치

김용달 타격코치

-고마운 사람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야구계에서 단 한 명의 스승을 꼽으라면 내겐 김용달 코치님이다. 전력분석원 중 서인석(35)이란 친구가 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을 때 특타 훈련도 도와주고 많이 응원해줬다. 내가 배팅볼에 예민한 편인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던져줬다. 본인 허리가 아플 때까지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조금 울컥한다."

-70년대생 선수는 박한이(삼성)와 둘 뿐이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더 '한이 형이 잘하면 좋겠고,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 고참급 선수들하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된다."

-잠실에서 기록을 세웠다.
"(7개를 남겨둔)주중 청주 3연전에서 안타 6개를 치고 나머진 다 볼넷을 얻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했다. 순리대로 가고 잠실에서 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사실 어제 무안타였는데 (이)병규 형한테 농담삼아 '잠실 6연전이니 2개는 치겠지'라는 말을 했다. 많은 분들 앞에서 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남은 목표는.
"나만큼 많은 질타와 사랑을 받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야구를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했는데 이제 하나 남은 것 같다. 17년차지만 올시즌만큼 느낌이 괜찮은 시즌이 있었나 싶다. 지금 LG는 주전과 비주전 등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다. 이렇게까지 야구를 할 거란 상상도 못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한 채 마흔 살이 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못했다. 그래서 야구를 오래하는 것 같다."

-타격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타격은 정의를 내릴 수 없다. 답도 없다. 그래서 어려운 것 같다. 수비는 100% 해내야하는 게 있다. 타격은 40% 이상을 내기 어렵다. 기본기란 건 없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지금의 타격 메커니즘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양준혁 선배님도 말씀하셨지만 변화에 빨리 대응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투수는 먼저 공을 던지고, 타자는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 야구 흐름의 변화. 내 몸의 변화에 빨리 대처해야 롱런할 수 있다."

-양준혁 위원은 '박용택의 타격은 진화한다'고 했다.
"떨어지는 신체 능력을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기술과 경험으로 그 차이를 메꾸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계속 발전하고 싶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스피드, 파워가 떨어져도 타격은 축적한 경험과 기술, 상식을 총동원하면 메꿀 수 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뛰고 있다."

-은퇴 생각한 적은 없나.
"전혀 없다. 양준혁 선배님 말처럼 45세가 되면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까. 우승과 3000안타를 달성한다면 그때는 쉬고 싶을 것 같다. 우승하기 전엔 등 떠밀어도 못 나간다.(웃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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