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중국」 서울서 귀엣말|"국명 다르지만 우린 한 핏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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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 올림픽은 동서화합의 역사적인 마당. 오랫동안 이념과 정치의 대립·갈등으로 적대관계에 있었던 미소가 서울에서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두개의 중국, 두개의 독일선수단 임원들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면서 「평화의 횃불」 아래 「우정의 경쟁」 을 벌일 것을 다짐했다.
특히 중국·대만 IOC위원가족들의 정담과 미소선수단장의 만남은 「화합올림픽」의 징표로서 세계매스컴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세계스포츠지도자들은 『서울이 올림픽정신을 되살리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 될 것』 이라고 입을 모으고 이 화해무드가 정작 한반도에서 이루어지지 않은데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중국인은 한 핏줄」. 11일 오후6시 조상호 체육부장관이 호텔 신라에서 베푼 서울올림픽 참가 각국대표단 환영연회에서 중국 IOC위원 「허전량」 (하진량)· 「량리쥐엔」 (양려연) 부부와 대만 (차이니스타이베이)IOC위원 「우칭퀴」 (오경국)·「리우씬」 (유경)부부는 마치 오랫동안 떨어져 그리던 친형제부부처럼 반가운 표정으로 상면, 오랫동안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비록 이들이 패용한 신분 카드는 「차이나」 와 「차이니스 타이베이」로 기록됐지만 이들의 표정에서는 근4O년 동안이나 대만해협양안을 가로막았던 공산당과 국민당간의 대립 감정이란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이미 국제회의 등에서 만나 구면인 이들은 이날 연회장에서 다시 상면하자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니 하오! 호흠부견)라며 힘차게 악수를 했다.
하씨와 오씨는 서로 대표단 규모와 이번 대회에서의 전망 등을 화제로 올렸으며 이들의 부인인 양씨와 .유씨는 북경과 대북의 기후와 생활주변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중국의 하씨는 다른 나라 대표들이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금메달 획득 전망 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이번 대회는 세계 각국선수들이 참가, 확실한 전망을 내리기 어렵다』 고 얼버무렸으나 모만의 오씨에게는 금메달 획득가능 종목을 일일이 열거하며 친절히 설명했다.
기자가 하씨와 오씨와의 대화를 취재하려하자 이들은 목소리를 낮춰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하씨는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체조·탁구·사격·다이빙·여자배구·역도 등 6개 항목에서 금메달 획득이 가능하다고 예상한 반면, 오씨는 차이니스 타이베이와 금메달획득 가능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대만해협양안의 부부들은 기자가 기념촬영을 위한 포즈를 부탁하자 흔쾌히 응했으며 양여사는 특히 『꼭 사진을 보내달라』 는 부탁도 했다.
중국과 대북 대표들의 모습은 서울올림픽이 이념과 체제를 넘은 화해의 장임을 보여주는 한 케이스.
○…모스크바와 LA를 거치면서 떨어져만 있었던 세계스포츠의 두 거두 미국과 소련이12년만에 서울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호텔 신랄의 정부환영리셉션에서 미국의「에비·데니스」단장과 소련의 「그라모프」 총단장(체육성 장관) 이 화합의 악수를 나눈 것.
김거 한국선수단장의 주선으로 자리를 함께 한 두 사람은 동서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양국의 치열한 정상대결을 의식한 듯 확실한 목표를 밝히기를 주저했다.
미국의 「데니스」 단장은 『미국은 소련과 종합 우승을 놓고 정면대결을 벌이겠다』 고 했고, 소련의 「그라모프」 총 단장은 『소련은 미국을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 힘주어 말했다. <박병석·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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