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금감원, 조치안 고쳐와라” … 삼바 회계 과실에 무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심의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조치안을 고쳐서 다시 가져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삼성 회계처리 잘못은 인정해도 #금감원 ‘스모킹건’ 제시 못하면 #고의성 없는 과실로 결론 가능성 #증선위 “7월 중순 마무리 목표”

증선위는 기업의 회계부정 여부를 판단하고 징계 수준을 결정하는 법적 기구다. 법정 재판에 비유하면 재판부(증선위)가 검사(금감원)에게 공소장(조치안) 변경을 요청한 셈이다.

증선위는 지난 2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3차 심의 결과 금감원 조치안의 수정·보완을 요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증선위는 보도자료에서 “2015년 자회사(삼성바이오에피스) 지배력 판단 변경에 대한 지적 내용과 연도별 재무제표 시정방향을 더 구체화할 것”을 금감원에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증선위 요청에 따라 금감원은 ▶회사 측의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할 수 있는 ‘스모킹건(결정적 단서)’을 제시하거나 ▶기존의 판단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앞서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증선위에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 중징계를 의뢰했다.

최대 쟁점은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미국의 바이오젠이 합작으로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회사를 어떻게 볼 것이냐다.

삼성 측은 2014년까지는 ‘내 회사(종속회사)’였지만 2015년부터는 ‘공동 경영 회사(관계회사)’라고 회계장부에 올렸다. 당시 바이오젠이 지분율을 50% 가까이 늘리는 ‘콜옵션(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 의사를 밝혀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은 2015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삼성 측이 관계회사로 바꾼 것은 고의적 회계부정이라고 봤다. 바이오젠은 이달 말까지 콜옵션을 행사할 계획인데, 이때부터 관계회사 변경이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증선위원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회계처리가 맞는지, 틀리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선위 안에선 바이오젠이 처음부터 콜옵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삼성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달라진다. 삼성이 잘못한 것은 맞지만, 고의는 아니었다는 결론이 가능해서다. 삼성으로선 가장 원치 않는 시나리오인 검찰 고발이나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을 피할 가능성이 생긴다.

증선위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는 “애초에 금감원이 제기한 2015년이 아니라 그 이전인 2012년부터 봤을 때 삼성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증선위의 인식은 강해 보인다”며 “증선위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느냐, 아니냐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의성 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증선위는 삼성의 콜옵션 관련 공시 위반 여부도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은 회사 설립 후 3년이 지난 2015년에서야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증선위 내부 논의에선 회사를 설립한 2012년부터 이런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렸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일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평가하는 게 맞다면 콜옵션 공시 누락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관련기사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