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시대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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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도 차면 기운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시대가 서서히 저무는 인상이다.

24일(한국시간) LPGA 투어 플로리다스 내추럴채러티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임성아에 역전패한 소렌스탐은 "오늘은 좋은 날이 아니었다. 마음대로 안 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소렌스탐에게 좋은 날이 별로 없다. 소렌스탐은 올 들어 4차례 경기에 출전 단 1승에 그치고 있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여자골프계를 완전히 지배하던 소렌스탐답지 않은 기록이기도 하다. 소렌스탐은 최근 4년 동안 2경기에서 1승 정도를 거두고 있다.

운이 나빠 우승을 놓쳤다고 볼 수도 없다. 올 시즌 소렌스탐의 기록이 좋지 않다.

소렌스탐은 지난해 그린적중률(77.4%)과 그린적중시 퍼트수(1.75)에서 1위였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4위(263야드),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12위(80.4%)로 퍼트-아이언-드라이버의 3박자가 완벽했다. 지난해 샌드세이브율이 59.5%로 2위를 차지하는 등 위기관리능력도 좋았다.

그러나 올해는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96위(65%), 샌드세이브율 148위(16.7%)다. 그린적중률도 67.4%로 63위에 불과하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LPGA에도 거리 늘리기 붐이 일고 있어 제자리걸음을 한 소렌스탐은 뒤처지는 인상이다. 소렌스탐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64위로 34위다.

소렌스탐은 지난해 "그랜드슬램을 하겠다. 자신 있다"고 공언하고 나서 2개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으나 3번째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23위에 머물면서 조금씩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올해도 다시 "그랜드슬램을 하겠다"고 말하면서 의욕적으로 출발했으나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소렌스탐은 나이가 36세다. 체력관리를 잘 한다고는 하지만 전성기를 지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소렌스탐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 달성 직후 무너진 박세리처럼 소렌스탐도 목표가 혼란한 상태다.

개인적인 문제도 소렌스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아이를 갖고 싶다며 고민하던 소렌스탐은 2004년 이혼 후 성적이 좋아졌다. 골프에 전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렌스탐은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 다시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그렇다고 소렌스탐이 박세리처럼 급격하게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분간 1년에 최소한 3승 정도는 충분히 거둘 실력을 갖췄다. 그러나 1년에 10승씩을 거두던 여제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져가는 인상이다.

소렌스탐은 임성아에 역전패한 후 "다행히 다음주에 경기에 나간다. 빨리 잊겠다"고 말했다. 절대 군림하던 골프여제의 모습 그대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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