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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35만 가구, 가진 재산 처분해도 빚 못 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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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집이나 전·월세 보증금 등 가진 재산을 다 처분해도 은행 빚을 모두 갚지 못하는 고위험 가구가 지난해 3월 34만600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가계부채가 있는 100가구 가운데 세 가구꼴(3.1%)이다.

빚 있는 100가구 중 3가구꼴로 #소득의 40% 이상 빚 갚는데 사용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는 1년 전보다 3만4000가구 늘었다. 한은이 통계청·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실시한 ‘2017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했다.

고위험 가구는 빚이 재산보다 많으면서 소득의 40% 이상을 빚을 갚는데 쓰는 가구를 가리킨다. 예컨대 1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이 중 40만원 이상을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고, 나머지 60만원 이하로 생활비 등을 충당한다는 얘기다. 가계부채가 있는 전체 가구에서 고위험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년 전(2.9%)보다 0.2%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이 계산한 가계부실위험지수(HDRI)가 100을 넘어 위험 수준으로 평가된 가구는 지난해 3월 말 127만1000가구에 달했다. 가계부채가 있는 100가구 가운데 11가구꼴(11.6%)을 웃돌았다. 이들 중 92만5000가구는 아직 고위험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앞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고위험 가구로 편입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의 비중은 3.5%로 상승하고, 대출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의 비중은 4.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위험 가구가 금융회사에 빌린 돈은 모두 57조4000억원으로 국내 총 금융부채의 5.9%를 차지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 오르면 총 금융부채 대비 고위험 가구의 비중은 7.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소득 2~3분위(소득수준 하위 20~60%) 가구 중에서 고위험 가구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금융기관들이 양호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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