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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표 금융개혁 시동 … “내부통제는 금융 지탱하는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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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윤석헌

윤석헌

‘윤석헌’표(標) 금융개혁이 닻을 올렸다. 첫 과제는 삼성증권 배당사고로 촉발된 각종 금융회사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종합 개선방안이다.

삼성증권 직원 ‘유령 주식’ 매도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금감원 TF 구성 #윤 원장 “눈앞 이익 좇는 문화 바꿔야”

이를 위해 금감원은 20일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날 1차 회의를 열었다. TF는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를 위원장으로 학계·법조계 등의 인사 6명으로 이뤄졌다. 논의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위해 금감원이나 금융회사 임직원은 TF에서 빠졌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TF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 개선 방안을 9월 중 발표한다.

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이런 일련의 사고에 대해 “(우리) 금융기관 내부통제 수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윤 원장은 “고근견지(固根堅枝·뿌리가 견고한 나무가 가지도 무성하고 번성한다)라는 말처럼, 내부통제는 금융기관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지탱하는 뿌리와 같다”며 “내부통제가 흔들리면 금융소비자의 피해 가능성은 커지며,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은 성장을 멈추고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미흡은 금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4월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28억1000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실수로 28억1000만 주가 착오 입고됐다. 발행 총량을 초과하는 ‘유령’ 주식이 증권사 직원이 누른 버튼 하나에 발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증권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농협은행 뉴욕지점이 뉴욕주 감독청(DFS)로부터 자금세탁방지시스템 미흡 등을 이유로 1100만 달러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비용으로만 여기는 경영진의 인식 탓에 본점의 관리·감독이 소홀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밖에 ‘KT ENS 대출사기’(2014년), ‘모뉴엘 대출사기’(2015년), ‘육류담보 대출사기’(2016년) 등 금융권 대출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담보확인과 사후관리라는 여신심사 내부통제 책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2012~2013년 3개 카드사에서 벌어진 고객정보 유출 사태 역시 외주직원도 고객 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방치한, 안이한 내부통제에서 비롯됐다.

윤 원장도 “내부통제의 성공 여부는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내부통제 사고의 원인으로 직접 사고를 일으킨 금융기관 임직원뿐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을 지적했다는 점이다.

그는 “눈앞의 이익만을 좇는 금융인들의 근시안적 영업행태와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경영진의 인식이 내부통제 사고의 원인”이라며 “내부통제 운영 결과에 상응하는 합리적인 보상 및 책임부과 체계 마련도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곧, 경영진이 내부통제 운영을 제대로 못 해 잘못된 조직문화를 만들었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고동원 TF 위원장 역시 윤 원장과 인식을 같이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내부통제의 성패는 이를 운영하는 사람에 좌우된다는 내용에 적극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부통제는 사실상 금융기관 업무 전반에 걸쳐 있고 지배구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내부통제라는 자구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TF가 ‘내부통제 혁신’을 명분으로 앞세웠지만, 실상은 금융기관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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