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장에 '줄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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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장 마음의 한구석엔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가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음이 표출되는 순간 다른 후보 쪽의 십자포화를 맞을 것이기에 이 시장은 '엄정 중립' 자세를 취하고 있다. 좋건 싫건 '이심(李心.이 시장의 마음)'의 향배는 경선 승패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결과에 박근혜 대표보다 훨씬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만일 열린우리당 쪽의 강금실 전 장관이 새 시장이 된다면 이 시장은 대선 가도의 배후에 복병을 두는 셈이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이틀 앞둔 23일, 한나라당 염창동 당사는 세 후보의 잇따른 기자회견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먼저 맹 전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여기 오는 길에 이 시장과 직접 전화 통화를 했다"며 "이 시장은 '이제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승리할 것이며, 경선에서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와 가깝다고 분류되는 맹 전 의원은 "이 시장의 한 측근도 '후보 중 누군가 이 시장의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곧바로 홍 의원이 나섰다. 그는 "오늘 정두언 의원이 함께 오기로 했는데 어떤 후보 측이 사람을 보내 방해해서 못 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이 시장의 측근이다. 홍 의원은 "최근에도 만나봤지만 이 시장은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지지해 왔다"며 "이 시장은 7년 전 선거법 위반 문제로 함께 고생할 때부터 정치적 동지"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의원 참석을 방해한 후보가 맹 전 의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 맹 전 의원이 "완전한 사실무근이다. 지금이 1960년대냐"며 발끈하기도 했다.

오 전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이 시장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이 시장이)나를 지지한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다른 후보가 이 시장에게 격하게 항의하니까 다독거리려 그런 입장을 취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이처럼 세 사람이 느끼는 '이심'의 온도는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의 생각은 어떤 것일까. 이 시장은 이날 측근들에게 '엄정 중립'입장을 재천명했다. 이 시장은 "어차피 경선이 끝나더라도 모두 알고 지내야 하는 사람들인데 어느 한쪽 편을 들기는 곤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시장의 입장은 복잡미묘하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무조건 한나라당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다.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이 강금실 전 장관에게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자 이 시장 측이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섰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오 전 의원이 경선 참여를 결정하는 과정에 정태근 정무부시장 등 이 시장 측근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투표 확실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홍 의원과 맹 전 의원도 강 전 장관을 이긴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한때 오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한 측근에게 이 시장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지 마라"고 입단속에 나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당내에선 "세 후보가 자력으로 경쟁하지 않고 이 시장을 너무 의지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시장 경선의 특별한 성격 때문에 이 시장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박근혜 대표보다 더 큰 구애와 관심을 받고 있다.

강주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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