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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 9단, 온라인 대국에서 인공지능 치팅 의혹 휩싸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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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지 9단 [사진 한국기원]

홍성지 9단 [사진 한국기원]

한국 랭킹 20위 홍성지(31) 9단이 온라인 대국 도중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8일 중국 스포츠 언론사인 '체단주보(體壇周報)'에 따르면, 홍성지 9단은 중국 바둑 사이트인 '한큐바둑'에서 AI를 사용해 바둑을 뒀다는 의혹을 받아 한큐바둑에서 사용하던 프로기사 인증 마크가 취소됐다. 홍 9단은 이 처벌이 취소되기 전까지 한큐바둑에서 프로기사 자격으로 바둑을 둘 수 없다.

한큐바둑은 사이트에서 치러진 대국의 승률에 따라 자체적으로 랭킹을 매기는데, 상위 랭커들은 상금이나 시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홍성지 9단의 최근 들어 한큐바둑에서 갑자기 승률이 급상승했다. 그의 최근 20국 전적은 15승 5패, 첫 11승은 전승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4일에는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과의 대국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온라인상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큐바둑에서 홍성지 9단이 사용하는 아이디 [한큐바둑 캡쳐]

한큐바둑에서 홍성지 9단이 사용하는 아이디 [한큐바둑 캡쳐]

한큐바둑은 홍 9단의 최근 달라진 성적에 주목, 기술적인 모니터링으로 홍성지 9단의 착수 방법이 AI '릴라제로(Leela Zero)'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6일 홍 9단이 세 명의 프로기사와의 대국에서 릴라제로 147번 네트워크 파일을 사용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계정에 대한 처벌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홍성지 9단은 지난 17일 한국 바둑 사이트인 '사이버오로'에 해명 글을 올렸다. 홍 9단은 "한큐바둑 아이디 삭제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 것은 6월 10일 중국 출국 길에서였다"며 "이야기를 듣고 강력하게 해명하지 못했던 것은 한 번의 대국에서 대국 도중에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AI를 사용한 적이 있었기에 양심에 가책을 느껴 해명을 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홍 9단은 이어 "다만 이후의 대국과 중국 기사에 언급되었던 커제 9단과의 대국에서는 릴라제로 사용하지 않았고 최근 많은 시간을 인공지능의 포석과 수법에 대해 공부하고 포석을 부분적으로 외워서 사용하였기에 제 잘못과 오해를 키운 점 다시 한번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이번 일을 두고 바둑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프로기사는 "홍 9단의 최근 온라인 바둑을 보면 사람의 감각과는 다른 AI 수법이 두드러진다. 프로기사가 바둑을 두면서 AI를 활용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국내 AI '돌바람'을 개발한 임재범 대표는 "홍성지 9단이 최근 온라인에서 둔 커제 9단과의 대국을 포함, 최근 온라인 기보를 검토해본 결과, 릴라제로와 수법과 다르게 바둑이 진행됐기 때문에 릴라제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AI 사용에 대한 규정 및 징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바둑계 관계자는 "AI가 대중화되고 있는 요즘, 온라인 대국에서 AI를 참고해 바둑 두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기사들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징계를 강화하고 선수들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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