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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이제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상시화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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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변이 없다면 이달 말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효력을 상실한다. 2001년 처음 제정된 이 법은 네 번이나 유효기간이 만료됐다가 연장됐고, 이달 말로 다섯 번째 유효기간이 끝난다. 우리 법제사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록이다.

현행법상 도산 위기에 처했지만 자본 구조조정을 거쳐 재기할 수 있는 기업은 크게 두 가지 절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법원이 관장하는 회생절차다. 다른 하나는 법원의 사전 개입 없이 주로 채권 금융기관들이 진행하는 공동관리 절차다. 후자를 흔히 ‘워크아웃’이라고 하는데, 기촉법은 바로 이 절차를 규율하는 법이다.

기촉법은 늘 한시적으로 입법이 이뤄졌다. 그 배경에는 법원의 회생절차가 현실에서 운용되는 양상에 대한 불만이 자리한다. 기업 경영이라는 ‘경기’에 ‘선수’ 생활을 해본 적도 없는 법원이 ‘감독’처럼 시시콜콜 개입하는 실무는 여전하다. 회생절차에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분배하는 작업을 법원이 임명하는 관리인이 역시 법원이 임명하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주도한다. 그에 대한 이의 제기는 묵살되곤 한다. 그러니 채권 금융기관의 신규 자금 지원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기촉법은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상시법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 자리는 채무자회생법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했을 것이다. 실무상 드러난 회생절차의 문제점을 개선하면 기촉법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은 본래 법원이 주재하는 게 원칙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

상황에 따라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을 이해 관계자들이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요컨대 법원의 회생절차와 채권단의 공동관리 절차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경쟁하며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과 채권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어서다. 회생절차를 진행하다가 공동관리 절차로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전환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기촉법에 반대하는 한쪽에는 이 법이 시장원리에 반하는 관치금융의 통로라는 견해도 있다. ‘관’이 ‘치’하는 것은 항상 문제라거나, 국가가 금융에 개입하는 것은 무조건 배척돼야 한다는 근본주의 관점은 사실 근본이 없다. 기촉법을 폐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잘 다듬어 나가면서 투명하고 적법한 ‘관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구조조정을 법으로 규율하지 않으면 일부 채권자가 워크아웃에 참여하지 않고 ‘버티기(holdout)’ 전략을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제는 기촉법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기보다 오히려 상시법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기촉법의 다섯 번째 유효기간 만료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면 좋겠다.

김성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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