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굿모닝 내셔널]70년대 추억이 고스란히...인천 달동네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물건 같은데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보게 됐네요. 허허”
지난 15일 오전 인천시 동구 송현동에 있는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에서 만난 관람객 유원식(61)씨 말이다. 유씨는 “깜빡 잊고 살았던 젊은 날의 추억이 떠올라 가슴 한쪽이 짠한 느낌이 든다”며 “그땐 참 어렵게 살았는데…”라고 했다.

1970년대 인천시 동구 송현동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달동네 박물관. 사진은 당시 상가들 모습. 임명수 기자

1970년대 인천시 동구 송현동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달동네 박물관. 사진은 당시 상가들 모습. 임명수 기자

1970년, 우리 동네 모습 그대로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은 1970년대 인천시 동구 송현동을 재현한 박물관이다. 수도국산(水道局山)은 동인천역 뒤편에 있는 작은 산이다. 1908년 일본이 이 산 정상부근에 서울 노량진과 인천 송현동을 잇는 송현배수지를 완공, 이를 관리하는 수도국을 세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소나무가 많아 송림산으로 불리던 곳이다.

수도국산이 포함된 송현동 일대는 개항 이후 상업중심지인 인근 중구 전동에서 밀려난 조선인들이 옮겨오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보금자리였다.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들이, 1960~1970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는 일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몰렸다고 한다. 18만1500㎡ 규모의 산꼭대기에 3000여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였다.

1970년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송현동을 재현한 모습. 임명수 기자

1970년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송현동을 재현한 모습. 임명수 기자

1990년대 이후 이곳에도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때 “어렵게 살아온 우리 동네 모습을 되새겨보자”는 의미에서 달동네 박물관이 추진됐다. 박물관은 구청이 직접 나서서 추진했다. 재개발로 사라질 달동네를 추억하기 위함이다. 구청은 공고 등을 통해 이주하려는 주민과 상인들에게 쓰다 남은 물건을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때로는 구비를 들여 매입하기도 했다.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전경. 임명수 기자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전경. 임명수 기자

옛 추억이 고스란히, 달동네 박물관

2001년부터 박물관 사업을 추진하며 십시일반(十匙一飯) 전시품을 모으기 시작해 조성된 게 지금의 달동네 박물관이다. 2005년 개관했다.

박물관은 1층(제1전시실·1140㎡ 규모)과 2층(제2전시실·904㎡), 달동네 놀이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 매표소가 2층에 있어 2전시실부터 관람하게 돼 있다. 박물관 안쪽으로 들어서자 우측에 ‘우리사진관’이 있다. 우리사진관은 1971년부터 현재까지 송현동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당시 모습을 재현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옛날 교복 입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1960년대 인천중부경찰서 축현파출소(현 동인천지구대) 인근에 있었던 ‘미담다방’을 비롯해 ‘송림양장점’, ‘창영문구’ 등 당시 실제 있었던 점포들이 그대로 재현돼 있기도 하다.

가을운동회 때 흔히 사용했던 청색과 백색을 돌려가며 쓸 수 있는 모자와 띠, 모래주머니. 임명수 기자

가을운동회 때 흔히 사용했던 청색과 백색을 돌려가며 쓸 수 있는 모자와 띠, 모래주머니. 임명수 기자

얼음 가는 빙수기. 임명수 기자

얼음 가는 빙수기. 임명수 기자

또 한쪽에는 가을 운동회 때 사용했던 청·백색으로 뒤집어쓸 수 있는 모자와 머리띠, 하늘색 비닐로 된 일회용 비닐우산, 석유곤로(등유를 원료로 하는 풍로(風爐)), 얼음을 가는 빙수기 등 옛 추억을 떠올릴 만한 물건들이 전시됐다.

1전시실은 1971년 11월 어느 날 저녁으로 설정돼 있다. 전시실이 대체로 어둡게 만들어진 이유다. 지난해에는 조명을 밝게 해 낮 시간대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자 해가 저물어서인지 뛰놀던 아이들은 저마다 집으로 들어간 듯 온데간데없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 대문은 상상도 못 한 채 문을 열면 바로 방인 곳이 많았다. 더러는 낮은 창문 탓에 방이 훤히 들여다보이기도 했다.

1970년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송현동을 재현한 모습. 임명수 기자

1970년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송현동을 재현한 모습. 임명수 기자

 연탄가게·이발소·상점 등이 모여 있는 달동네 상점 골목. 출입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불빛 탓인지 적막했던 동네 골목보다는 밝게 느껴졌다. 점포 안쪽,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 쉼 없이 바삐 사는 당시의 시대상이 엿보였다.

달동네에 나름 부자였던 집안 풍경. 마루를 사이에 두고 방이 양쪽으로 있다. 임명수 기자

달동네에 나름 부자였던 집안 풍경. 마루를 사이에 두고 방이 양쪽으로 있다. 임명수 기자

실존하는 인물, 상가 등 소재 다양 

달동네 박물관의 특징은 실제 당시 살았던 인물들을 재현했다는 점이다. 뻥튀기 아저씨, 연탄을 지게(짐을 얹어 사람이 지고 다니게 만든 기구)에 얹고 있는 아저씨, 머리를 깎는 이발소 아저씨(1957년 오픈), 솜틀을 돌리는 주인 등이 세세하게 묘사돼 있다.

당시 사용됐던 연탄 구매권. 임명수 기자

당시 사용됐던 연탄 구매권. 임명수 기자

또 연탄 공동구매권, 옛날 신분증, 아궁이와 가마솥, 소쿠리(얇고 가늘게 쪼갠 대나 싸리 따위를 어긋나게 짜서 만든 그릇) 등 당시 사용했던 물건들도 전시돼 있다.

1970년대 부엌 모습. 임명수 기자

1970년대 부엌 모습. 임명수 기자

1층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기획특별전 ‘인천의 오래된 동네 송림동’이다. 박물관 측이 송림동을 시작으로 각 동(洞)의 역사와 인물을 조명하는 공간이다. 특히 바닥에는 1947년부터 2014년까지 항공촬영 된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꾸며 송림동의 변화된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달동네 체험관에서 뻥튀기와 연탄배달, 달고나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임명수 기자

달동네 체험관에서 뻥튀기와 연탄배달, 달고나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임명수 기자

체험하고 보고 쉴 수 있는 곳, 일석삼조

달동네 체험관은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체험과 뻥튀기 기계를 직접 돌려볼 수 있다. 또 연탄 나르기와 지게 지어보기, 모래를 만져볼 수 있는 모래 놀이, 달고나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야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사진은 아이들의 놀이 중 하나인 말뚝박기. 아이들이 직접 올라탈 수 있다. 임명수 기자

야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사진은 아이들의 놀이 중 하나인 말뚝박기. 아이들이 직접 올라탈 수 있다. 임명수 기자

또 야외에는 우물에서 직접 물을 끌어 올릴 수 있고, 말뚝박기 인형도 만들어져 있어 아이들이 직접 올라탈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박물관은 찾은 인천의 한 유치원 교사는 “달동네 박물관은 보고, 즐기고, 쉴 수 있는 공간 등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곳이어서 소풍오기 딱 좋은 곳”이라며 “아이들도 신기해하지만, 교사들도 ‘저런 게 있었느냐’고 신기해하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달동네 박물관 위치도. [사진 박물관 인터넷 사진캡처]

달동네 박물관 위치도. [사진 박물관 인터넷 사진캡처]

서현석 달동네 박물관팀장은 “박물관이 넓지는 않지만,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려 많이 노력했다”며“단순히 옛 물건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삶, 추억이 담긴 박물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달동네 박물관 입장료는 어른 기준으로 1000원, 5세~13세는 500원, 청소년은 700원이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관련기사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이미지

이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