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는 평균 10%안팎 오를 듯|수익자부담 전환…교육의질 향상 따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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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가 2일 확정한 대학등록금 자율화 조치는 그 동안 학부모의 부담을 고려하고 물가억제정책을 앞세워 정부가 행정력으로 통제해온 대학등록금책정을 각 대학에 일임, 들어가는 비용에 따라 수익자부담원칙에 의해 등록금을 책정토록 방향을 전환한 획기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교육실비가 등록금에 반영되고 논리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은 그만큼 향상되겠지만 특히 사립대의 등록금은계열별로 상당폭의 인상이 분명해 그만큼 학부모의 부담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교부는 이번 조치와 함께 등록금의 대폭인상을 우려,△대학교육협의회(또는 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한 대학간 협의 조정을 권장하며 △계열별 소요교육비 차이를 감안하되 이를 연차적으로 반영토록 하고△재학생은 기득권을 존중, 신입생과 차등 조정토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각 대학이 얼마만큼 주어진 자율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하고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우리의 경우 미·영·일등 대학교육 선진국과는 달리 등록금 액수가 학생들의 대학선호(지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교육열이 높다는 점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교부는 이번 조치가 △대학자율화의 가시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정부 재정으로 사립대 교육비를 무한정 지원할 수 없으며 △대학의 실험·실습시설 및 학생복지시설, 교원확보를 위한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동일대학내에서는 소요교육비의 차이가 등록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인문·사회계 학생의 등록금이 의·치학계 및 자연계의 교육비를 보충해주는 불합리점을 개선한다는 의도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87년부터 5개 계열별로 등록금이 차등 책정되고 있기는 하나 현재의 상황은 인문·사회계대 의·치학계의 소요교육비가 1대2인 반면, 납입금은 1대 1.48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것도 사실이다.
이에따라 의·치학계를 비롯한 자연계의 등록금은 상당폭으로 인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교부는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구체척인 교육여건개선대책을 제시하지 않은채 등록금을 마음대로 책정하게되면 대학교육이 발전적으로 자율화된다거나 교육여건이 개선되고 교육의 질이 향상된다는 기대는「생색은 문교부가 내고 부담은 학부모가 진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됐다.
문교부는 올해 사립대 대학원의 등록금을 자율화한 결과 대학간 협의에 의해 대폭적인 인상이 억제되고 학부의 인상률 수준으로 합리적으로 조정되었다고 지적, 앞으로 대학등록금이 자율화되어도 과다한 인상은 억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내년도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계열간에 차이는 있으나 평균 10% 안팎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문교부의 이번 조치가 사립대를 겨냥하고있고 사림대의 경우 대학간 질의 평준화가 거의 돼있지 않은 현실에도 불구, 등록금을 자율책정토록한 것은 사실상 자율인상을「허가」 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교육의 역사가 오랜 미국의 경우 대학마다 자율적 협의기구를 통해 엄격한 판정을 받고 이를 수용하면서 그 등급에 따라 등록금액도 정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있긴 하나 이를 통한 대학평가에 개별 대학이 승복할만큼의 실적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이번 등록금 자율화에서 유의해야할 점은 내년부터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에서 교육비는 제외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른 조치란 점이다. 그 동안 물가지수가 미치는 영향은 국립대는 거의 없고 사립대는 1.05% 정도로 추정됐었다.
문교부는 등록금 자율화에 따라 우수교원 확보 및 시설·설비 확충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가계가 곤란한 우수학생의 장학금 재원을 확보토록 권장키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연간 1천2백억원의 은행융자금을 내년엔 1천3백억원으로 늘려 가계곤란 학생의 수학기회를 넓힌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문교부가 대학등록금을 인상할 때마다 해온 「후렴」으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자율화를 가시적으로 실천한다면서 또 다른 타율을 강요하겠다는 논리적 모순을 수반한다.
어떻든 이번 등록금 자율화조치는 오랜 숙원을 푼 사립대가 건전한 학교경영을 통해 그 동안의 부정적인 시각을 해소하고 적정한 나름대로의 액수를 책정하면서 대학교육의 질 향상에 얼마만큼 노력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리게 됐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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