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모비스 슛도사들 '춘곤증 떨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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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워야죠. 이대로는 못 이깁니다."

19일 울산에서 열린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첫 경기에서 삼성에 7점 차(80-87)로 패한 프로농구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은 '3번'의 부진을 아쉬워했다.

3번이란 '스몰 포워드'로서 한국 농구에서는 '주포'를 뜻한다. SK의 문경은이나 KT&G의 김성철 같은 선수들. 모비스에서는 우지원.이병석.김동우가 3번이다. 이들이 첫 경기에서 뽑아낸 점수는 모두 12점이었다.

삼성에 비해 골밑이 약한 모비스가 이기려면 탄탄한 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하고 많은 외곽슛을 터뜨려야 한다. 국제대회에서 중국과 만났을 때 한국 남자대표팀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외곽슛이 터지면 상대 외곽 선수들이 골밑 지원을 포기하고 밀려 나오게 되고, 그러면서 상대 골밑에 생긴 허점을 파고들어 득점하면서 경기 흐름을 장악할 수가 있다.

문제는 모비스의 3번들이 1차전에서 깊은 잠에 빠진 점이다. 우지원은 KCC와의 4강전에 자주 기용되지 못한 결과 감각이 나빠졌다. 유 감독은 우지원이 KCC 추승균을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김동우를 중용했다. 삼성의 높은 수비벽 위로 타점 높은 장거리포를 던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병석은 큰 경기에서 주전으로 뛰기엔 약하다고 보는 것 같다.

유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3번을 깨울 준비를 했다. 한 번 공격할 때마다 작전을 걸어 완벽한 슛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반적 방법을 선택했다. 완전한 기회를 얻어 던지는 슛은 성공할 확률이 높고, 한두 개 3점슛이 터지면 슛에 자신감이 생겨 작전을 걸지 않아도 슛 감각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모비스의 간판 3번인가? 삼성에서는 우지원으로 생각하지만 모비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또는 경기가 끝났을 때 반드시 김동우의 플레이에 대해 언급한다. 김동우는 발 부상으로 거의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다가 유 감독의 주선으로 독일에서 수술을 받고 재활훈련을 한 끝에 재기했다. 정규리그 종반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모비스 입장에서는 누가 출전하든 슛이 터져 주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 정교한 작전이 필요할 것이다. 삼성은 서장훈(2m7㎝)-이규섭(1m98㎝)-네이트 존슨(1m96㎝) 등 키 큰 선수들로 상대 3번을 수비할 수 있는 팀이다.

작전 없이 1 대 1로 삼성의 수비를 따돌리고 정확한 슛을 던질 수 있는 모비스 선수는 찾기 어렵다. 유 감독 판단대로 1m96㎝의 김동우라면 가능성이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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