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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본대책을 세워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무방비 상태의 농약공포로부터 벗어날 기미가 보여 다행스럽다. 보사부는 모처럼 좋은 결단을 내렸다. 쌀, 과일, 채소류 등에 묻어있는 잔류농약의 허용기준을 마련해서 정해진 허용치를 넘을 땐 수입이나 판매를 금지할 방침이다.
지난 10년간 농약 사용량은 58%나 늘어났다는 통계가 있었다. 생산량이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요즘의 푸성귀는 먹으면서도 마음은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농민들의 중독현상도 크게 늘어나 농민의 20%가 중독상태에 걸리게 되었고, 농약살포 자체를 꺼리는 일도 보통은 아니다.
쌀에는 상당량의 수은이 검출되기도 했고 파일이나 채소는 아무리 씻어도 살충제 잔류량 40%가 그대로 남아있어 식생활에 큰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있었다.
농약잔류 허용기준안은 이미 보사부가 3년 전부터 준비해서 유관기관과 합동조사를 끝낸 뒤 국내 현실에 맞는 허용치를 산정, 28개 품목에 적용했다. 이 계획 자체가 농약공해를 추방할 수 있는 원천적 방안은 물론 아니다.
가장 근원적인 대책은 무공해 농약의 개발에 있다. 금년 초 한국화학연구소에서 개발한 「KH502」는 벼멸구 살충력이 기존 농약의 60배에 달하는 획기적 살충제이면서도 인체에 끼치는 독성은 매우 낮아 크게 각광받은바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해당 연구소뿐 아니라 농약제조회사에서도 연구투자를 적극 늘려서 새로운 무공해 농약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농작물 병충해 종류는 모두 3천7백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농민이 실제로 쓰고 있는 농약은 살균제 30종, 살충제 70종, 제초제 19종, 기타 19종으로 모두 1백38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농업생산 구조가 비슷한 일본의 경우 1천4백여 종의 농약이 개발되어 우리의 10배에 달하고 세계적으로는 1만여 종의 농약이 사용되고 있다.
결국 농약의 종류가 적으면 극독성 농약만 쓰게되어 지력이 약해진다. 또한 그런 농약을 쓰는 농민의 인체에도 해독을 끼칠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잔류농약 수치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증산의 수단으로 쓰이는 농약이 끝내는 감산과 공해를 유발하는 필요악적 존재가 되어버린다. 농약의 종류를 다양화하고 공해가 없는 농약개발에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 다음으로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농약잔류 허용 기준안은 이미 소출된 농작물의 결과에 대한 검사고, 그 검사 또한 이미 해당 농산물이 판매된 뒤에 실시되는 결과조치이기 때문에 원인처방이 될 수 없다. 그 농산물의 생산자에게까지 소급 적용되려면 까다롭고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은 농민의 농약사용에 대한 철저한 홍보와 안전수칙의 계몽에 있다. 농약의 잔류량이 허용치를 넘지 않게끔 안전사용 기준을 상세히 홍보함으로써 농산물의 판매 이후에 생길 불이익을 사전에 막아주는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
농민에게 결과적인 책임을 묻기보다는 농약의 개발과 안전수칙의 홍보를 통해서 질 좋은 농산물 생산자로 유도하는 길이 당국의 근본적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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