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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비행기 빌려 탄 김정은, 귀국길에 시진핑 또 만날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자난달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다롄 해안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자난달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다롄 해안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막후에 있는 또 한 명의 플레이어다. 비록 회담장에는 나오지 않지만 그는 북·미 회담으로 향하는 고비마다 존재감을 드러냈다.

북미회담 기대와 불편이 얽힌 중국의 복잡한 시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 이어 10일 싱가포르로 향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자신의 해외순방용 항공기를 내준 건 중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이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하루 먼저 도착한 북한의 선발대 역시 중국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빌려 탔다.

김 위원장이 탑승한 CA 항공편의 항로는 대단히 상징적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출발한 이 비행기는 최단거리 항로를 벗어나 베이징 상공을 경유하여 싱가포르로 향했다.

최단거리 비행항로를 벗어나 중국 대륙 깊숙이 들어간 것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안전을 제공하고 있으며 ▶베이징은 평양과 외부세계를 잇는 중간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을 포함한 외부 세계에 내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0일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중국이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0일 싱가포르 방문을 위해 중국이 마련해준 전용기에 오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의 시선에는 복잡한 심경이 얽혀 있다. 먼저 회담의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북·미 회담이 순조롭게 거행되어 한반도 비핵화의 정치적 해결 과정에 유익하고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와 그에 따른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면 주한미군 철수·감축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자국에 더 유리한 안보환경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게 중국의 셈법이다.

하지만 중국은 불편하다. 한반도 질서의 재편과정에서 중국의 존재감이 지금보다 축소되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다. 중국은 '역할론'에 대한 자신감과 '차이나 패싱'에 대한 우려를 함께 갖고 있다는 얘기다.
역할론을 극적인 방식으로 보여준 게 에어차이나 항공편의 제공이다. 겅 대변인이 “북한의 요구에 응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공개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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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귀로에 베이징에 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에어차이나에 탑승할 경우 이는 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 회담 결과에 대한 협의차 14일 중국을 방문키로 한 것과 맞물린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그보다 전에 북한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방중, 북·미 회담 핵심 참석자의 방중, 중국 고위당국자 방북 등의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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