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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상·감자꽃·욕설…가족 때문에 울고 웃는 지방선거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도 가족 때문에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케이스가 생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의 둘째 딸 최예린씨. [최문순 후보 트위터 캡쳐]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의 둘째 딸 최예린씨. [최문순 후보 트위터 캡쳐]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후보는 '딸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최 후보의 둘째 딸 예린씨는 2014년 6회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적극적으로 지원 유세를 하며 화제가 됐다. 지난 선거에서 딸 마케팅의 효과를 본 최 후보 캠프는 올해 예린씨를 거리 유세, 포스터, 동영상 등의 전면에 배치해 '감자 최문순'의 딸 '감자꽃 예린'으로 홍보했다.

14일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주민 김모씨로부터 계란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제주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해왔다. 김씨는 원 후보에게 계란을 던진 후 원 후보의 얼굴도 때렸고, 폭행 후 준비한 흉기로 팔목을 그어 자해했다. [연합뉴스]

14일 열린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주민 김모씨로부터 계란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제주 제2공항 반대 활동을 해왔다. 김씨는 원 후보에게 계란을 던진 후 원 후보의 얼굴도 때렸고, 폭행 후 준비한 흉기로 팔목을 그어 자해했다. [연합뉴스]

제주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원희룡 후보는 지난달 15일 토론회에서 제주 제2공항을 반대하는 유권자로부터 계란을 맞았다. 이 사건보다 더 논란이 된 건 이후 원 후보의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었다. 원 후보의 딸은 ""저는 아빠가 이렇게까지 해서 정치를 해야하는지 정말 모르겠고 솔직한 마음으로 정계를 은퇴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아까 폭행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아빠가 호상 당해야 할텐데'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원희룡 후보의 페이스북에 딸이 올린 호소문. [페이스북 캡쳐]

원희룡 후보의 페이스북에 딸이 올린 호소문. [페이스북 캡쳐]

호상이라는 상황에 맞지 않는 표현이 논란이 되자 원 후보의 딸은 글을 올린 지 1시간여 뒤에 삭제를 했다. 원 후보는 "딸이 상황을 잘 모른 채 밤새 울며 잠을 설친 와중에 올린 모양"이라고 해명했다.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의 주인을 묻는 신문 광고. [중앙포토]

트위터 계정 '혜경궁김씨'의 주인을 묻는 신문 광고. [중앙포토]

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 후보도 가족과 관련된 구설수로 당내 경선에서 공격을 받았다. 경선 경쟁자였던 전해철 의원측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08_hkkim) ‘혜경궁 김씨’가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것이란 의혹을 제기됐지만 아직도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 또 이 후보가 형과 형수에게 욕설을 한 통화 녹음과 가족사가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27일 오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딸 윤세인(27ㆍ본명 김지수)씨와 함께 대구시 서구 비산동 원고개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 등 유권자를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7일 오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가 딸 윤세인(27ㆍ본명 김지수)씨와 함께 대구시 서구 비산동 원고개시장을 찾아 상인과 시민 등 유권자를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014년 치러진 6회 지방선거에서도 후보자의 가족은 선거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다. 원조 딸 마케팅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딸 배우 윤세인(본명 김지수)씨다. 세인씨는 아버지가 지지유세를 할 때 ‘제 아버지 김부겸의 대구 짝사랑을 받아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들고 다녀 화제가 됐다.

같은 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후보자의 자녀가 쓴 글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승덕 후보의 딸 희경(미국명 캔디고)씨는 페이스북에 “고 후보는 자기 자식도 교육시키지 않고 완벽하게 방치했으면서 어떻게 남에게 교육을 가르치냐”며 “고 후보가 교육감이 될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논란 끝에 고 후보는 마지막 선거운동일에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서 “못난 아버지를 둔 딸아, 미안하다”고 외쳤는데 이 영상은 지금까지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2014년 그의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앙포토]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왼쪽)과 2014년 그의 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앙포토]

당시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도 막내아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낭패를 봤다. 정 후보의 아들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 실내체육관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정홍원 총리에게 항의한 것에 대해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한데 대통령만 신적인 존재가 돼서 국민의 모든 니즈를 충족시키길 기대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써서 논란을 일으켰다. 정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확정된 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 막내아들의 철없는 짓에 아버지로서 죄송스럽기 그지없다”고 눈물을 흘렸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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