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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로 붙자" BMW 미니, 포르쉐에 도전···결과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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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사진 미니]

미니. [사진 미니]

‘미니를 괴롭히거나 약 올리지 마세요(Please do not tease or annoy the mini).’

[문희철의 車브랜드 스토리⑧미니]

BMW 산하 자동차 브랜드 미니(MINI)의 정체성을 재치 있게 표현한 문구입니다. 미니 차량의 번호판 보호대(guard)에서 흔히 볼 수 있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한국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차량은 죄다 흰색이나 검은색, 아니면 회색 차량이었습니다. 중앙일보가 2010년부터 8년간 현대자동차가 국내에서 판매한 차량의 색상별 비중을 조사한 결과, 총 513만1457대 중 85.7%가 흰색과 회색·검은색 등 무채색 계통이었습니다.

미니 로고. [사진 미니]

미니 로고. [사진 미니]

이처럼 지루한 한국 고속도로에서 등장하는 미니는 그야말로 톡톡 튀는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차체는 작고 낮은데 색깔은 화려하고, 게다가 나름 소리도 알차서 가속페달을 밟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주위의 이목을 끌게 됩니다.

미니는 덩치는 작지만 깔보기 힘든 차종입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 미니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건 모터스포츠였습니다. 1956년 탄생한 미니는 1960년대 레이싱카로 개조돼 각종 모터스포츠에 출전합니다. 1964~67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연속우승하면서 성능 면에서 당대 최고의 소형차로 인정받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미니 브랜드의 당돌함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에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거죠. 2010년 6월에는 짐 맥도웰 미니 미국법인 최고경영자는 포르쉐를 도발합니다. 미니 미국법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포르쉐에 “고성능 차라고 들었는데, 서킷에서 1대 1로 한 번 붙어보자”는 메시지를 보낸 거죠.

페이스북에 업로드한 도전장 영상은 삽시간에 자동차 팬들에게 화제가 됩니다. 결국 포르쉐는 미국 애틀랜타 레이스 트랙에서 도전을 받아들입니다. ‘감히 미니 따위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미니 클럽맨. [사진 미니]

미니 클럽맨. [사진 미니]

농담은 진담이 됐습니다. 햇볕이 따사로운 날, 양사는 자사의 대표주자를 트랙에 내놓습니다. 포르쉐에서 출격한 차종은 자사의 정통 스포츠카인 911 카레라S. 이에 도전하는 미니가 내놓은 건 미니쿠퍼S 모델이었고요. 당시 가격은 아니지만 지금 판매가격으로 따져도 911 카레라는 1억5000만원 안팎의 고가 스포츠카입니다. 미니쿠퍼S 4대는 살 수 있는 가격이죠. 어떤 면에서 봐도 게임이 안 되는 게임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니가 이겼다면 희대의 드라마가 됐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포르쉐가 이겼습니다. 다만 랩타임은 불과 2초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트랙에서 2초면 상당한 차이입니다. 하지만 고급 스포츠카를 상대로 꿀리지 않고 ‘야, 덤벼!’라고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미니 브랜드의 패기와 당당함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미니 컨트리맨. [사진 미니]

미니 컨트리맨. [사진 미니]

이제 번호판 보호대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괴롭히거나 약 올렸다간 보기 좋게 한 방 먹는 차. 아담하지만 결코 깔볼 수 없는 깡다구가 있는 차. 미니 브랜드의 독특한 매력입니다.

미니의 독특한 개성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디자인 때문에 미니를 선택한 여성 운전자들이 승차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소형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미니 브랜드의 특성 상 제동력·코너링 등 운동성능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노면의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전달되지 않게 충격을 흡수하는 현가장치가 굉장히 딱딱한 편이죠. 물론 클럽맨 등 일부 차종은 상대적으로 현가장치가 부드럽게 설정되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도 미니의 승차감은 정말 적응이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단한 알밤 같은 성능을 보유하면서도 미니는 장난을 좋아합니다. 독특하고 개성 있는 차체처럼 색다르고 기상천외한 시도를 한 적이 많습니다. 예컨대 2013년에는 겔랑 시세린 프리스타일 스키어가 미니를 타고 360도 공중제비(백플립·backflip)를 돌았습니다. 프리스타일 스키어가 공중곡예를 하듯 차량을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시킨 거죠. 진짜 스키를 타듯 눈밭에서 점프대·착지대만 이용해서 백플립을 한 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백플립 영상은 유투브에서 4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해운대 앞바다를 질주하는 아쿠아 미니. [사진 미니]

해운대 앞바다를 질주하는 아쿠아 미니. [사진 미니]

미니는 하늘을 날기도 했지만 바다를 달린 적도 있습니다. 2009년에는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 수륙양용 미니가 등장해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브랜드 출범 50주년이던 미니가 국내 관광객을 위해 계획한 ‘장난’이었죠. 미니 아쿠아(Mini Aqua)라고 부르는 이 차량은 섬유유리로 만든 모형 차량입니다. 헤드램프·방향지시등 뿐만 아니라 범퍼·타이어까지 진짜 미니와 똑같이 제작했습니다.

2012년 인천에 등장했던 수륙양용 미니. [사진 미니]

2012년 인천에 등장했던 수륙양용 미니. [사진 미니]

2012년에는 육지와 물 위를 넘나드는 미니 컨버터블(Mini Convertible)이 인천-서울 한강을 횡단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지금으로 따지면 아라뱃길부터 여의도 마리나 클럽에 달하는 32km 구간입니다. 미니 브랜드가 1억원을 투입해 물속에서도 달릴 수 있게 개조한 이 차량은 결국 횡단에 실패했지만, 도전 자체만으로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동호회가 가장 활성화한 차종 중 하나로 미니가 꼽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2년 인천에 등장했던 수륙양용 미니. [사진 미니]

2012년 인천에 등장했던 수륙양용 미니. [사진 미니]

미니를 잘 모르시는 분은 미니가 다 똑같은 미니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뻘 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니인 만큼 차종도 다양하답니다. ▶일단 문짝이 2개 달린 가장 작은 차량이 미니쿠퍼입니다. 다른 차종은 대부분 여기서 파생한 정통 차량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출발해서 ▶문짝이 4개에 트렁크 문이 있는 차량은 미니 5도어고, ▶쿠페(coupe·문이 두 개이고 보통 뒷부분이 비스듬하게 낮아지는 승용차) 스타일은 미니 쿠페, ▶왜건(wagon·후방 차체·트렁크가 길게 늘어진 세단형 승용차) 스타일은 미니 클럽맨입니다. 트렁크가 위아래로 열리지 않고, 좌우로 열리는 차라면 클럽맨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차량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컨버터블(convertible)은 2종류가 있습니다. ▶지붕이 있는 미니 차종을 컨버터블로 형태로 제작한 차량이 미니 컨버터블이고, ▶미니 쿠페의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별도 설계한 차종이 미니 로드스터입니다.
나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있습니다. 미니의 소형 SUV 차종을 ▶미니 컨트리맨이라고 합니다. 미니 컨트리맨은 문짝이 앞뒤 2개씩 4개가 있는데, 뒤에 문짝을 없애고 문짝을 2개로 줄인 차종이 ▶미니 페이스맨입니다.

미니의 고성능차 미니JCW. [사진 미니]

미니의 고성능차 미니JCW. [사진 미니]

한편 고성능차 브랜드로는 미니JCW가 있습니다. BMW의 고성능 브랜드(M시리즈)나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N시리즈)와 유사한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BMW그룹코리아는 미니 페이스맨과 미니 로드스터는 현재 한국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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