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6·13 포커스] 박정희 고향 구미는 지금 "박정희 꼬리표 떼야" vs "결국 보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입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백경서 기자

경북 구미시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입구.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백경서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로 불리는 경북 구미가 6·13 지방선거에서 보수와 진보의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와 자유한국당 이양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28~29일 영남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6·13 선거 경북 구미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 결과, 자유한국당 이 후보 지지도는 32.6%, 더불어민주당 장 후보는 30.9%였다. 지지율 차가 오차범위 내인 1.7%p다.

지난 2~3일 매일신문과 TBC가 리서치앤리서치서에 의뢰해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한 결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장 후보가 28.3%로  23.9%의 자유한국당 이 후보보다 약간 앞섰다. 이 결과 또한 오차범위 내다.

다가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구미시장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더불어민주당 장 후보와 자유한국당 이 후보, 바른미래당 유능종 후보, 무소속 박창욱 후보와 김봉재 후보로 5파전 양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는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 출마자들이 보수표를 잡기 위해 앞다퉈 들리는 곳이다. 19대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했고,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가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후보가 생가에 들러 "박정희 전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 유물전시관을 반대하는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보수 단체 회원들이 대립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박 전 대통령 유물전시관을 반대하는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보수 단체 회원들이 대립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균 연령 37세로 전국에서 제일 젊은 도시인 구미에서 진보세가 만만치 않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경북지역 중 구미시에서 가장 높은 25.5%의 표를 얻기도 했다.

실제 거리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꼬리표를 이제 떼야 한다는 목소리를 종종 접할 수 있었다. 이런 말을 꺼내기도 힘들었던 지역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격세지감이다. 박숙희(52·구미 상모동)씨는 "그동안 박정희 추모사업의 경우 과도한 세금을 투입해 진행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제는 정책이나 사람 그 자체를 보고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구미에서는 결국 보수가 수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95년 지방자치제 이후 실시한 민선에선 늘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됐다. 1대 지방선거에서는 민주자유당 김관용 후보가 당선 후 3번을 연임했고 4대 지방선거에서 남유진 한나라당 후보가 바통을 받아 6대까지 3번 당선됐다. 구미시 박정희 생가기념공원에서 만난 조국(50)씨는 "구미는 아직 보수의 텃밭"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징성도 여전히 크다"고 했다.

한편 자세한 여론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