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야 총재회담 무겁게 다루지 말라"|교포들 느낌 달라졌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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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 대통령과 김종필 공화당 총재는 22일 접견실을 통하지 않고 바로 청와대 본관 대 식당에서 만나 날씨·건강·올림픽 등을 화제로 잠시 환담한 후 배석 자 없이 오찬 겸 회담을 진행.
김 총재가『이번에 미국엘 가보니 지난 선거 전보다 교포들의 모국에 대한 바람이 비교적 안정된 감을 받았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올림픽시즌에 접어들어 서방과 동구사람들에 뒤섞여 고국에 오는 교포들의 느낌은 옛날과 다를 것』이라고 동조.
김 총재는 이날 김문원 대변인만을 데리고 청와대 본관에 도착, 현관에서 홍성철 비서실장·최병렬 정무·노창희 의전·이수정 공보수석비서관의 영접을 받았다.

<필요하면 회담내용 공개>
청와대 당국자들은 노태우 대통령과 3야당 총재들과의 개별오찬회담이 과거 박정희 대통령 때의 여-야 영수단독회담처럼 큰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경계.
한 당국자는『이미 대통령과 3야당 총재들이 두 번이나 연석으로 만나 피차 상대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대에서 이번에 모두 외국을 다녀왔으므로 개별적으로 만나 여행담도 듣고 이것저것. 얘기하자는 것』이라며『제발 너무 무겁게 다루지 말아 달라』고 특 청.
당국자는『이번 모임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해 놓으면 청와대나 야당 모두에 운신 폭이 좁아진다』며『대통령과 야당 당수들이 필요할 때 가볍게 만날 수 있는 관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당국자는『7·7선언 때 야당 당수들을 초청해 사전 브리핑했듯이 앞으로 대통령이 야당총재들을 만나는 일이 자주 있을 것』이라며『김종필 총재와 약속시간을 교섭하는 과정에서 아직 상의조차 하지 않은 김대중·김영삼 총재와의 회담계획까지 앞질러 나갔으니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다』며 걱정.
청와대측은 이날 회담의 성격이「개별단독」임을 고려하여 배석 자는 없으나 꼭 필요한 경우 이수정 대변인을 불러 회담내용을 발표케 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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