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야당 지도부 "비핵화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폐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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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AP]

미국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AP]

미국의 야당인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 등 7명은 자신들이 서명을 한 서한을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때 북한 비핵화는 물론 대량살상무기의 완전 폐기도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풀려면 의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의 요구사항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가 제시한 북ㆍ미정상회담의 5대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북한의 비핵화, 생ㆍ화학 무기의 전면 폐기 ▶군사적 목적의 플루토늄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중단, 핵무기 인프라의 영구적 해체 ▶탄도미사일과 관련 프로그램의 불능화ㆍ전면 폐기ㆍ해체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생ㆍ화학무기에 대한 검증과 사찰, 북한의 불이행시 제재 즉각 재개 ▶영구적 합의 등이다.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렸던 샹그릴라 호텔을 경비 중인 그루카 부대원들. 이 호텔은 12일 북ㆍ미정상회담 장소로 꼽히고 있다. [EPA]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렸던 샹그릴라 호텔을 경비 중인 그루카 부대원들. 이 호텔은 12일 북ㆍ미정상회담 장소로 꼽히고 있다. [EPA]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협상장에서 나올 필요도 있다”며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 시점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아닌 실제 행동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ㆍ미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계획 등에 대해 의회와 상의할 것을 요청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를 이루기 위해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나쁜 합의(bad deal)로 이끌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의회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를 높이거나 대통령의 제재 유예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조건을 다 이행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이들의 서한에는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슈머 원내대표와 메넨데스 간사는 기자들과 만나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북한이 모든 조건을 이행하고 미국의 동맹국들과 협조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협상의 초기 단계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큰 실수이자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북ㆍ미 관계가 정상화된다면 언젠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다시 부각될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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