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서 가득 배어있는 작품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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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을 위해 제작되는 '맞춤형 뮤지컬'인 만큼 한국 문화를 철저히 이해한 뒤 만들겠습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26번가의 뮤지컬 전용 첼시 스튜디오. 브로드웨이 뮤지컬 '바이바이 버디'의 총제작 프로듀서인 밀튼 저스티스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바이 버디는 1960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려진 뒤 3년간 600여 차례 공연을 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히트작.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가 58년 여성 팬들의 눈물 속에 입대하면서 빚어졌던 해프닝을 경쾌한 터치로 풍자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을 저스티스가 새롭게 만들게 된 건 GCM이란 한 국내 회사의 의뢰 때문이었다. GCM은 한국 관객들을 겨냥,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발굴한 뒤 뉴욕 현지에서 제작해 국내에서 공연한다는 계획을 지난해부터 추진 중이다. 작품 선택과 총제작 프로듀서 선발만을 이 회사가 맡고 나머지는 현지인들에게 맡기는 제작 방식이다. 그래서 스카웃된 게 저스티스였다. 그는 최장기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인 '베니티스'를 비롯, 여러 장르의 작품을 만들어 아카데미.골든 글로브.에미 등 권위있는 3개상을 모두 받은 일급 프로듀서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그는 맞춤형 뮤지컬을 성공시키기 위해 한 순간도 낭비하려 하지 않았다. 공연 준비에 쏟을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인터뷰도 스튜디오에서 했다.

그는 "35명의 배우를 뽑는 오디션에 400명이나 몰려왔다"며 "다른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비해서도 출연하려는 배우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한국에 갈 기회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거란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실제 나 자신을 비롯한 단원들 전원이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에 들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저스티스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70년 미국의 전설적인 코미디언 밥 호프와 함께 미군 위문공연차 서울에서 하루를 묵었다는 것이다.

"서울 거리를 심야에 돌아다니다 야간 통행금지에 걸려 경찰에 연행됐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정도만 알지 한국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8월 서울의 첫 공연 전에 한국을 두 차례 방문, 현지 문화를 피부로 느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이 만든 뮤지컬을 관람하며 현지 관객들의 반응과 취향 등을 관찰, 자신의 작품 제작에 반영하겠다는 생각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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