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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회장 이번엔 ‘관치 적폐’ 끊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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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쇳물 생산량 세계 5위 철강회사 포스코의 역대 회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사퇴’로 끝을 맺었다. 매번 원인은 같았다.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난리’를 겪었다. 이번엔 그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이달부터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EO 승계 카운슬, 1차 명단 마무리 #포스코 내·외부 인사 20여 명 추려 #5명 압축, 면접 후 최종 1명 선정 #8월 이사회·임시주총 거쳐 확정 #코드 인사 경계 … “전문성 따져야”

3일 재계에 따르면 차기 포스코 회장 선임 작업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은 지난달 31일 내부 인사 10여명, 외부 인사 10여명 등 총 20여명으로 구성된 회장 후보 명단 작성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카운슬은 이 명단을 바탕으로 이달 중순까지 후보군을 5명으로 압축한 뒤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할 방침이다. 선정된 인물은 오는 8월 말 안에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차기 회장으로 최종 확정된다. 승계 카운슬은 김주현 이사회 의장과 전문위원회 위원장(박병원·정문기·이명우·김신배) 등 사외이사 다섯 명으로 구성돼 있다.

중도 퇴진 되풀이한 포스코 역대 회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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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회장 후보로는 전·현직 포스코 출신 인사들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계 카운슬은 당초 외국인 등 외부 인사로 후보군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외부 인사를 선임하면 ‘정권 낙하산’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는 점이 부담이다. 다만,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추천을 받은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현직 포스코 내부 인사로는 오인환 철강1부문장과 장인화 철강2부문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오 부문장은 권오준 회장 체제에서 2인자로 꼽혔던 인물로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경제 사절단에 포함된 적이 있다. 또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최정우 포스코 켐텍 사장도 거론된다. 박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도 활동한 적이 있다.

전직 인사로는 김준식·김진일 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김준식 전 사장은 장하성 청와대 경제수석과 초등·중학교 동창이다. 황은연 전 포스코 인재창조원장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한 점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또 과거 5년간 포스코에서 근무했던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후보군 물망에 오르고 있다.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에서 전략·연구개발(R&D) 등을 담당한 전문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 밖에도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강태영 포스코경영연구원 전문임원(사장급), 오영호 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사장,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전윤철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이사장 등도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코드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벌써 예상 후보자들의 친여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와 주요 여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정권과의 교감 없이 오직 철강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해 이번에야말로 ‘관치 적폐’를 없애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포스코 회장직을 ‘정권 전리품’으로 생각하고, 인사에 개입해 온 관행을 이번엔 반드시 끊어야 한다”며 “기업의 주가나 경영 실적과 연동해 연임과 사퇴 등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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