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구술 준비 빠를수록 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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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본 H고 3학년에 재학 중인 P군의 어머니로부터 "아이가 고3이 되었는데 이 성적으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는 문의전화를 받았다. "학교내신은 어떻습니까? 수능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나요? 비교과실적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있나요?"라고 묻자 "내신성적은 그리 좋지 않고 수능점수도 잘 안 나오며 비교과실적도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내신성적이 좋으면 이를 많이 반영하는 대학의 유리한 전형으로 준비하면 되고, 내신성적이 안 좋으면 이를 최소로 반영하는 대학이나 전형을 공략하면 됩니다. 그러나 고3이라면 무엇인가를 준비하기에 너무 시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고 덧붙였다.

컨설팅에서 처음 오가는 대화는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현재 고3인 P군은 내신성적이 반에서 15등 정도이기 때문에 내신을 가급적 적게 반영하는 상위대학의 전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교과와 비교과는 물론이고 대학합격의 마지막 관문인 대학별고사, 즉 논술.구술.전공적성검사 그 어느 것도 전혀 준비해둔 것 없이 막연히 상위대학만 희망할 뿐이었다.

비교과와 논술만 비중 있게 준비했어도 유리한 전형을 공략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었겠지만 지금 이것들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P군을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논술도 준비하지 않고 비교과실적도 하나 없이 수능 모의고사와 내신성적표만 믿고 대학에 가려는 것이 현실이다.

강남의 모 고등학교 교사가 최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논술을 고1때부터 준비하면 서울대가 가능하고 고2때부터 준비하면 연.고대가 가능하며 고3때부터 준비하면 그 이하의 대학을 찾아라."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서울대나 기타 희망하는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2008학년도 논술 예시안 및 기출 논술, 심층면접 문제들을 찾아 보면 이 말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내신.수능 성적뿐 아니라 대학이 요구하는 논술실력을 쌓아야 대학 진학이 수월하다.

거인의어깨 대치 본원에서 운영하는 '서울대논술반' 에는 고1.고2.고3.재수생까지 모두 4개 반이 있다. 그런데 담당선생님들의 진단에 따르면 출제 취지에 걸맞게 논술을 쓰는 학생은 고3이 아니라 고2 학생들이라고 한다.

논술입문이 이른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더 깊이가 있고 이해력이 빠르다는 얘기다. 사실 고3 수험생은 입시에 따른 심적 부담감이 커 논술에 많은 신경을 쓰기 힘들다. 논술 입문은 빠를수록 좋다. 국어.사회 등 학교교과를 준비할 때도 항상 이 내용을 어떻게 글로 옮길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목표를 명확히 정하고 책을 많이 읽어서 본인의 의견을 진지하게 쓰거나 말하는 훈련이 되어 있을 때 논술을 잘 쓸 수 있다. 논술은 실질 배점에서 수능이나 내신보다 반영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형일(거인의 어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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