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회원권에 돈이 몰린다

중앙일보

입력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C씨(46)는 6년째 된 골프회원권 투자자다. 그는 이웃에 사는 친지의 권유로 투자를 시작했다.

그의 자신의 투자에 몇가지 원칙이 있다고 했다. 11월에 사서 4월에 판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골프회원권의 수요와 공급은 계절을 탄다. 매물로 나오는 회원권은 가을이 지난 후 반대로 회원권 수요는 봄을 앞두고 각각 가장 많다. C씨는 "매물이 많을 때 사서 적을 때 판다는 이 원칙 하나만 지키고도 매매비용과 금융비용을 다 뽑고 시장이자율 이상의 투자수익율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C씨의 투자 원칙은 이 뿐만 아니다. ▶골프장이 얼마나 잘만들어졌는지▶코스가 얼마나 잘 관리되고 있는 지▶골프장의 회원수가 몇명이나 되는 지 ▶서울서 거리는 얼마나 먼 지 등 기본적 체크포인트를 살피는 것도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 중 하나다. 그가 골프장의 가격을 판단하는 근거에는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얼마나 되는 지, 평판은 괜챦은 지 등 언듯 생각키 어려운 사소한 문제도 포함된다.

그런 결과는? C씨는 그 동안 골프회원권의 투자 성공이 그의 자랑거리가 됐다. 처음 몇해 동안 가을에 한개의 회원권을 사 봄에 팔았던 그는 최근에는 회원권 보유도 두개로 늘여 하나는 봄에 팔고 하나는 해를 넘겨 보유하는등 투자규모를 늘이고 보유도 장기화하고 있다. 그가 회원권 투자를 한 기간동안 국내 회원권 시장은 꾸준히 올랐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회원권 가격이 폭등했다. 특히 '8.31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 한달만에 최고 80%가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도 이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위 '3.30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4월 들어 약 보름간 지난해와 비슷한 폭등세가 반복되는 형국이다. C씨는 요즘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C씨는 "골프회원권은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가 없고, 여러 개를 보유하더라도 양도세가 중과되지 않는 등 독특한 매력이 있다"이라며 "일정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중 상당수가 부동산 대신 재산보전 수단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랠리
= 4월 들어 골프회원권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골프장 강남300컽트리클럽 회원권의 거래가는 첫 주 한 주 동안 8000만원이 올라 4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상무려 25%가 불과 7일 만에 오른 셈이다. 강남300뿐 아니라 수도권 일대 골프회원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레이크사이드CC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10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으나 7일에는 12억원에 가격이 형성됐다. 서원밸리CC도 5억35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으로 9500만원 뛰었다. 고가 회원권에만 나타나던 가격 급등이 중저가대 회원권으로 확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성CC는 지난달 말 1억8200만원에서 한 주 만에 거래가격의 29%나 되는 5300만원이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급등세에 대해 '3.30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시중 자금이 골프회원권 시장으로 유입돼 '풍선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송용권 에이스회원권거래소 팀장은 요즘의 회원권 시장에 대해 "단기적으로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성급히 예측을 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성숙되는 시장
= 지난달 말 에이스골프장 회원권거래소는 71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가격이 10년만에 146% 상승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이는 서울의 강남권 아파트 매매지수 상승률 164%에는 약간 못미치나 거래소 시장의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53%보다는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러나 상승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기 지역의 골프회원권 시가 총액만 20조가 넘는다는 추산이 나오는등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회원권시장이 또 하나의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말 골프장 회원권의 월 거래횟수가 3만건이 넘었다. 덕분에 회원권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목적보다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자가 등장하고 있다. 회원권 시세를 측정하는 지수도 다양하게 개발됐으며 거래소도 숫자도 크게 늘었다. 투자자들은 인터넷에서 클럽을 조직해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 서점에서는 골프회원권 투자 지침서가 베스트셀러 랭킹에 오를 정도가 됐다. 7년째 회원권을 거래하고 있는 초원회원권거래소의 박명옥 팀장은 "회원권 시장 역시 경기의 부침을 타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이 갖지 못한 독특한 장점이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