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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만 포기하면 은행 빚 다 안 갚아도 되는 대출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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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부동산 가격이 내렸을 때 집만 포기하면 대출금을 다 안 갚아도 되는 상품이 나왔다. 주택금융공사가 3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유한책임형(담보한정) 보금자리론’이다.

유한책임형 보금자리론 출시 #은행에 주택 넘기면 대출 상환 #담보가치 급락하는 위험 회피

예컨대 A씨가 1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70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하자.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잘 안 되어 원리금을 제때 갚을 수 없게 되더라도 집값이 오르거나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집을 팔아서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

집값이 5000만원이 됐다면 A씨는 대출금을 전부 갚을 수 없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라면 A씨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 5000만원에 처분돼도 남은 2000만원을 추가로 갚아야 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한책임형 대출의 경우 A씨는 담보물(집)만 은행에 넘기면 빚을 다 갚은 셈이 된다. 은행이 담보를 처분한 뒤에도 회수하지 못한 대출금 잔액은 주택금융공사가 책임진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유한책임형 대출 상품은 집값 하락의 위험을 대출자가 아닌 금융회사가 떠안게 된다”며 “대출금리 등 다른 조건이 같다면 일반 주택대출보다 대출자에게 유리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선 집값이 폭락했지만 유한책임형 대출 덕분에 서민들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렇다 해도 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가 된 집을 은행에 넘기면 개인 신용등급의 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유한책임형 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소득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서민들에게 먼저 혜택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대출 용도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는 것이어야 한다.

대출 한도는 3억원, 집값의 70% 이내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까지 낮아질 수 있다. 담보가 되는 주택의 평가액은 6억원 이하여야 한다. 대출 기간은 최장 30년이고, 금리는 대출 기간에 따라 연 3.4~3.75%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hf.go.kr)나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담보가 되는 주택을 심사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주택도시기금의 디딤돌대출도 유한책임형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보금자리론과 비교해 금리는 싸지만 대출 조건은 까다롭다.

국토부는 31일부터 연 소득 기준을 일반 가구 6000만원 이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7000만원 이하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소득 기준(5000만원 이하)보다는 대출 문턱을 낮췄다.

대출 한도는 2억원, 집값의 70% 이내다. 담보가 되는 주택의 평가액이 5억원 이하면서 전용면적이 85㎡ 이하여야 한다. 대출 기간은 최장 30년이고, 금리는 대출 기간에 따라 연 2.25~3.15%가 적용된다. 30세 이상의 결혼하지 않은 단독 세대주는 대출 한도 1억5000만원, 전용면적 60㎡ 이하로 제한된다.

대출 신청은 주택기금의 위탁을 받은 우리·국민·기업·농협·신한은행 창구와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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