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음주운전·음주폭력 … 청와대 직원 또 기강해이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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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직원의 기강해이 사건이 또 터졌다. 최근 신설된 안보정책수석실의 김모 행정관(3급)이 15일 새벽 음주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택시를 들이받았다. 홍보수석실의 장모 행정관(4급)은 14일 과거 직장동료들과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둘렀다. 둘 다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은 "두 사람이 사표를 제출했으며 17일자로 면직처리됐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엔 비교적 신속한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직원들의 추문에 대해선 입맛만 다셨다.

2월 이래 문제가 된 것만 5건이다.

의전비서관실의 이종헌 행정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3급 기밀문서 내용을 여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이 적발돼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또 이모 행정관이 같은 사무실의 7급 여직원과 부적절한 교제를 해온 끝에 아내를 살해한 사건도 일어났다.

국가청렴위가 '유관 업자와의 골프 금지령'을 내린 지 사흘 만에 김모 비서관이 친구인 대기업 임원과 골프회동을 해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잇따르자 이병완 비서실장이 수석비서관회의 뿐 아니라 비서관 전체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지난달 31일 이 실장은 "지금은 참여정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앞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일벌백계로 엄격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정말 국민들께 면목없고 대통령께 송구한 일들이 일어났다"며 "앞으로 비서관들은 소속 직원에 대한 관리책임을 더욱 강화하라"고 했었다.

두 행정관의 음주운전과 음주폭력 사건은 이 실장의 일벌백계 경고를 무색하게 했다. 그래서 나사 풀린 청와대의 현주소가 결국 집권 후반기 현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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