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미군기지 평택 이전 난맥, 국방부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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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이전 예정지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확보한 이후 국방부가 보인 태도는 그런 측면을 넘어선 무소신과 무책임이었다. 이 사업의 중요성에 대해선 다른 어느 부처보다도 국방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그렇지 않았다. '경찰이 경비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등 구실 대기에 바빴다. 물론 충돌 시 책임 추궁을 당할까봐 국가재산 경비를 뒷전으로 미루는 경찰도 한심하다. 또 상황이 이렇게 악화돼도 입을 다물고 있는 청와대도 문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 책임은 국방부에 있다. 주무부서라면 결코 그런 구실을 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경비를 서지 않아 작전이 실패했다'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미리 경찰과의 공조를 확실히 한 뒤에 농수로 차단을 하든지, 아니면 하지 말았어야지 어떻게 이런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가. 군사보호구역 지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하려면 진작 했어야 했다. 그런데 상황이 악화된 후에 이런 입장을 밝히니 '경찰이 막아 주지 않으니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비칠 것 아닌가. 정말 근시안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반미단체들은 "공권력이 절대 못 들어온다"고 호언하면서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국방부 장관은 평택 방문을 극비리에 추진하다가 일정이 새나가자 충돌을 우려, 이를 취소했다. 국방부가 계속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이 사업은 물 건너갈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