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내년에도 대폭 올리나 … 속도 조절론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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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공익위원 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그러면서 정부 등에서 나오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론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인상 우려 표명한 김동연 등 겨냥 #“독립성 침해할 발언 자제해달라” #내년 10.6% 올리면 실질시급 1만원

공익위원들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호소문을 냈다. 노동계 위원의 심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어 31일부터 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을 방문해 사업주와 근로자의 의견을 듣는 것을 시작으로 다음 달 28일 최저임금 의결까지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노동계의 반발과 상관없이 심의에 착수한 셈이다.

이날 호소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외부의 진단과 주문에 대한 경고다. 공익위원들은 “최근 최저임금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오해가 있는 발언에 대해 우려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 책임 있는 외부 인사들이 최임위의 독립성을 존중해 이런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상 속도 조절론을 주문하는 등 정부와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우려를 표명하자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셈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익명을 요구한 대학교수는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을 지지하는 인사로 채워졌다는 평가를 받는 공익위원들이 내년 최저임금도 대폭 올리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더욱이 산입 범위가 조정되면서 인상률이 시장의 예측을 벗어나는 수준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에서 5%만 올려도 시급은 7907원이 된다. 주휴수당(일주일에 15시간 일하면 추가로 지급되는 하루 치 임금)을 합한 실질 최저임금은 9498원, 고용부 고시 기준 월급은 165만2563원으로 오른다. 10.6% 인상하면 명목상 시급은 8328원, 실질 시급은 1만3원으로 현 정부의 공약인 1만원을 넘어선다. 고용부 고시기준 월급은 174만552원에 달한다.

이 경우 현재 기본급으로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을 받는 근로자의 임금도 오를까.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평균적으로 600%의 상여금과 교통비·식비 등 복리후생비로 26만8000원을 지급한다. 이를 합하면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는 근로자의 월급여는 262만8655원이다. 성과급을 뺀 액수다.

한데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6% 올라 시급 1만원이 됐을 경우 어떻게 될까. 내년부터 적용되는 산입범위를 대입하면 이 근로자는 월 207만1678원을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상여금 중 최저임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비 7% 초과분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10.6% 올라도 월 최저임금액(174만552원)보다 많은 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임금 인상 대상에선 제외된다.

고용부의 분석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고용부는 내년 최저임금이 10%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업종별로 임금인상 정도를 파악했다. 그 결과 음식·숙박업과 아파트 관리업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10%)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야 한다. 이들 업종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있는 제조업은 1.8%만 올리면 법정 최저임금을 충족한다. 마트 등 유통업이나 건설업은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

최저임금위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상여금과 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면 전체 근로자 대비 최저임금 대상자 비율이 17.5%로 4%포인트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은 11.7%, 비정규직은 32.8%가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다. 지금은 각각 15.1%, 38.6%이다.

특히 산입범위를 확대해도 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면 근로자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 대상자가 돼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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