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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닥터 왓슨이 맞춤형 항암제 추천 … 의사·환자 상의해서 최종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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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인공지능 왓슨이 추천한 암 치료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인공지능 왓슨이 추천한 암 치료법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길병원]

암 진단과 치료는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이 가장 탐내는 분야다. 다른 질병에 비해 암은 빅데이터 구축을 위한 자료가 풍부하다. 전 세계에서 하루에도 수백 편의 암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암과 관련한 인간 지놈(genome·유전체) 연구도 활성화돼 있다.

데이터 많고 치료비 비싼 암 진단 #IBM·구글 등 치열한 주도권 경쟁

암은 치료비가 비싼 만큼 사업적인 잠재력도 크다. 인간의 생명에 위협적인 질병이어서 환자들이 큰돈을 낼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구글·IBM 같은 기업들이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왓슨’은 2013년부터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런던의 임페리얼 칼리지와 손잡고 유방암 진단을 위한 AI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아이큐비아는 전 세계 항암제 시장이 지난해 1330억 달러(약 143조원)였고, 2022년에는 2000억 달러(약 21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항암제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13%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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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한 암 치료는 국내에도 낯설지 않다. 2016년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부산대병원 등 7곳에서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종양학을 위한 왓슨)’를 도입했다.

의료진이 환자 상태와 정보 등을 입력하면 왓슨은 전 세계 관련 문헌과 최신 연구자료 등을 단 몇 초 만에 분석한다. 이어 의사와 환자에게 참고가 될 만한 치료법을 ‘추천(1순위)·고려(2순위)·비추천’의 3가지로 구분한다. 왓슨은 치료법을 ‘제시’하되 ‘결정’하지는 않는다. 최종 판단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암센터의 성기훈 교수는 “왓슨은 미국의 암 전문병원에서 5년의 훈련 과정을 거치며 1500만 쪽의 연구자료를 학습했다”며 “환자 설문조사 결과 왓슨에 대한 만족도와 치료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90%에 달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왓슨의 활용은 한계도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암의 인종적 특성이다. 암 발생은 유전체의 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왓슨은 기본적으로 미국 회사가 미국 환자와 병원의 데이터를 토대로 개발한 AI다. 서양인에게 적용되는 암 진단과 치료법이 한국인에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국내 병원과 미국 병원에서 쓰는 항암제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성 교수는 “왓슨이 추천한 항암제 가운데 국내에선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거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가 비싼 약값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환자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치료법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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