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이 31일 동구 초량동 일본 영사관 앞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노동자 상을 강제 철거하기로 해 이를 막으려는 시민단체와 충돌이 예상된다.
시민단체 30일 오후 8시부터 철야농성 #도로 드러누워 노동자상 이동 막을 것”
30일 부산 동구청 관계자는 “행정대집행법에 따라 30일 오후 1시 시민단체에 강제이행 명령서를 보낸 뒤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31일 오후 1시부터 강제 철거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노동자 상은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춰 시민단체 등이 설치했다.
동구청은 1.2톤 무게의 노동자 상을 지게차로 들어낸 뒤 7㎞ 떨어진 부산 남구에 있는 일제 강제동 원역 사관으로 옮길 계획이다. 동구청이 강제 철거라는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행정안전부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노동자 상 설치를 주도한 강제징용 노동자 상 건립추진특별위원회(이하 노동자 상 건립특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오후 9시부터 31일 오후 6시까지 이틀 동안 노동자 상이 있는 인도에서 ‘강제징용 노동자 상을 지키기 위한 철야 농성’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박중배 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사상구청 공무원)은 “29일 행정안전부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31일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다고 시민단체에 통보했다”며 “부산에 일본 영사관이 있는 한 노동자 상은 일본 영사관 앞에 놓여야 한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본의 압박 때문에 시민의 성금으로 만든 노동자 상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동구청이 경찰 병력을 동원해 노동자 상을 옮기면 인근 도로를 점거하는 등 항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인도에 설치된 노동자 상 인근에는 경찰 병력 80명이 배치돼 접근을 막고 있다. 이에 노동자 상 건립특위는 29일 경찰의 노동자 상 무단 점거에 반발해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강제 철거에 따른 충돌에 대비해 인력을 25개 중대 2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