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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김정은 위원장, 서울 한 복판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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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복판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캐리커처가 등장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시내 한복판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캐리커처가 등장했다. 오종택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캐리커처(사물ㆍ사건ㆍ사람 등의 특징을 잡아 희극적으로 풍자한 글이나 그림 또는 그런 표현법)가 서울 한복판 인사동에 등장했다. 인사동은 하루에도 수만 명의 시민, 관광객이 오가는 번화가다.

그동안 특정 목적의 집회나 시민사회단체의 용처(?)에 김 위원장의 캐리커쳐는 사실상 많이 활용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전에는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부정적인 측면을 많이 부각했다.
그러나 회담 이후 1호 사진(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진)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반응은 전과 달랐다. 서울 시민에게 김 위원장이 비교적 저항감 없이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로 다가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은 그동안 체제 선전 도구로 1호 사진을 오랫동안 활용해 왔다. 치밀한 계산과 연출을 통해 정제된 이미지로 최고 지도자를 부각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전 최고지도자의 이미지와 달리 적극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젊은 지도자상을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미지 개선에 일부분 성과를 거둔 것은 확실하다.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는 인사동에 김 위원장의 캐리커쳐가 내걸려있다. 오종택 기자

수많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오가는 인사동에 김 위원장의 캐리커쳐가 내걸려있다. 오종택 기자

시민들의 반응은 세대별로 서로 달랐다.
김 위원장의 얼굴 캐리커처에 대해 이영규(39) 씨는 "어르신들이 보시면 좀 불편할 것 같네요"라며 "남북문제에 관해선 이제 좀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잘하는 것은 잘한다. 못 하는 것은 못 한다. 지적해야 한다" 면서 "무조건적인 적대감보다는 보편성을 수용하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인사동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캐리커쳐. 오종택 기자

인사동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캐리커쳐. 오종택 기자

스스로 우파라고 생각하는 김기완(55) 씨는 "김 위원장을 연예인 정도로 착각하는 젊은 세대가 문제다"라고 지적하며 "아직은 이런 그림들이 서울 한복판에 나도는 것은 때가 이르다"라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는 "의견의 차이를 좁혀 남북이 인정할 만한 성과 있는 뒤에 해도 늦지 않는데 이런 분위기는 옳지 않다"며 본인의 뜻은 반대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 언론사가 함께 실시한 '20·30세대 대북·통일 인식' 공론 조사에 따르면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 변화를 묻는 말에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응답이 56%였다. '비슷하다'는 의견은 40%, '나빠졌다'는 4%로 나타났다.

반면 이 조사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중이 92%,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이 8%로, 궁극적인 남북 대화의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나타났다.

4월 20일 남북 정상회담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휴대전화 대리점에 내걸린 광고물. 조문규 기자

4월 20일 남북 정상회담 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휴대전화 대리점에 내걸린 광고물. 조문규 기자

지난 19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바뀌어 내건 휴대폰 대리점 광고물. 조문규 기자

지난 19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바뀌어 내건 휴대폰 대리점 광고물. 조문규 기자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판문각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우리 김 위원장님은 한국에서도 아주 인기가 높아졌고 아주 기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다행이다"며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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