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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표 해외자원개발,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이명박 정부 때 에너지 공기업이 추진하다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자원개발 사업을 수사해 달라고 검찰에 의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과 웨스트컷 뱅크 사업, 멕시코 볼레오 동광 사업 등 주요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29일 밝혔다.

산업부, 29일 검찰에 수사 의뢰 #4조원 손실 하베스트 유전 등 대상 #해외자원개발 회수율은 30%대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 겨냥

캐나다 하베스트.

캐나다 하베스트.

산업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해외자원개발 실태 자체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한 이후 자원개발률은 2008년 5.7%에서 2016년 14.8%로 상승했다. 그러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실제 국내로 도입한 물량은 생산량 대비 원유 0.3%, 광물 28.0%, 가스 29.0%에 그쳤다. 해외자원개발을 통해 수급 환경을 개선하려던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08년부터 2017년 6월까지 해외자원개발 사업엔 총 43조4000억원이 투입됐다. 이중 회수된 돈은 16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회수율이 38%에 그친다. 만회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확정된 손실액만 13조6000억원으로 투자비의 30%를 상회하고 있어서다. 그러는 사이 3개 공사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 2008년 부채비율이 85%였던 광물공사는 자본잠식에 빠졌고, 석유공사의 부채비율도 73%에서 529%로 치솟았다.

산업부는 수사가 의뢰한 건 크게 3개 사업이다. 특히 석유공사가 추진한 하베스트 사업의 경우 41억 달러(약 4조4000억원)를 투자해 회수액이 400만 달러(약 43억원)에 그쳤다. 초대형 사업임에도 현장실사를 거치지 않았고, 본 계약까지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아 당시에도 부실 인수 의혹이 컸다.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현 국회의원·구속 중)의 인수 지시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상류 부분만 인수하기로 했다가 합의가 결렬됐다. 그러나 나흘 뒤 최 전 장관과 강영원 전 사장을 만난 뒤 정유공장까지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한국광물공사의 볼레오 광산 사업, 한국가스공사가 매입한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광구 사업 손실액이 각각 1조5000억원, 7000억원 규모다.

정부와 해당 기업이 스스로 해외자원개발의 부실 원인을 따진 적은 있지만 사정 당국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건 처음이다.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관계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됐지만 자원개발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산업부는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추가적인 의혹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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