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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 DSLR 촬영의 최대 적은 '침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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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박동훈의 노인과 바다(17)

동굴에서 밖으로 유영중인 다이버를 촬영. [사진 박동훈]

동굴에서 밖으로 유영중인 다이버를 촬영. [사진 박동훈]

지난 회에선 막연히 수중사진을 동경하는 사람이 촬영을 해보리라 마음을 먹는 과정까지를 다뤘다. 수중촬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와 수중광각 사진 및 접사 사진 등에 사용되는 렌즈를 얘기했다. 또 방수하우징을 이용해 수중에서 촬영하는 방법도 알아봤다.

수중촬영 기기에 어느 정도 관심이 생겼는가? 지금이라도 카메라 상가로 달려가고 싶을 것이다. 이럴 땐 좀 더 시간을 갖자. 함부로 ‘지름신’를 불렀다간 큰 후회를 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좀 더 간을 보고 재고 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알면 알수록 생각이 바뀌게 마련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언제 어디서든 근사한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다.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엔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날을 잡아야 하는 큰 행사였다. 근사한 사진은 사진관에서 전문가에게 맡겨야 했다.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사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취미로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생기면서부터는 사진찍기 대중화가 급물살을 탔다.

수중사진은 아직 DSLR이 대세

해수면에 비친 방카보트의 그림자. [사진 박동훈]

해수면에 비친 방카보트의 그림자. [사진 박동훈]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도 수중사진만큼은 아직 디지털일안렌즈반사식 카메라(DSLR)로 촬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아직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한 기능 때문이다. 이번 회는 수중촬영에 들어가기 전 화소와 DSLR의 장단점을 알아보고자 한다.

DSLR은 저마다 고유의 화소가 있다. 800만 화소, 1000만 화소 등을 말한다. 화소는 영어로 Pixel(Picture element)이다. 컴퓨터 디스플레이나 이미지 프로그램으로 표현 가능한 색상의 기본 단위이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기록하는 CCD(전하결합소자, 전하의 축적과 전송을 이용한 기록소자)는 실리콘 기판에 얇은 산화막을 붙이고 그 위에 다수의 전극을 나열한 구조로 되어있다. CCD에 얼마나 많은 전극이 촘촘히 들어차 있는가가 화소 수를 결정한다.

화소 수가 클수록 선명하고 디테일한 사진을 만들 수 있다.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의 가장 밝은 부분인 하이라이트에서 그림자가 진 섀도까지 디테일한 표현이 가능하다.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그라데이션이 풍부하게 반영되어야 사진을 확대해 프린트했을 때 품질이 뛰어나다. 하지만 화소 수가 큰 카메라일수록 가격이 비싸다. 또 큰 화소 수의 사진은 상대적으로 저장용량이 커져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말미잘 무더기 뒤로 보이는 대형 고기떼. [사진 박동훈]

말미잘 무더기 뒤로 보이는 대형 고기떼. [사진 박동훈]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는 대부분 JPG, TIFF, RAW 등의 파일 형식으로 저장된다. 촬영된 사진은 JPG로 압축하는데, 이때 이미지 퀄리티(Image quality)를 좋음(Fine), 보통(Normal), 기본(Basic) 등 임의로 정해줄 수 있다.

TIFF 파일은 파일 용량이 JPG보다 8∼10배 정도 크다. 메모리 용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사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JPG 파일처럼 압축할 때 생기는 이미지의 손실을 막을 수 있다. 고품질의 출력물을 원하는 경우 TIFF 파일로 저장하면 된다.

RAW 파일은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은 이미지 파일이다. 촬영 후 포토샵 등의 프로그램으로 고화질, 고품질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지 용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단점도 있다.

여분의 메모리 카드 준비해야

시야를 현란하게 만들던 정어리떼. [사진 박동훈]

시야를 현란하게 만들던 정어리떼. [사진 박동훈]

요즘은 대용량 메모리 카드가 보급돼 용량에 연연하지 않고 RAW 파일과 JPG 파일을 동시에 저장하곤 한다. 일부 수중사진 공모전 등에선 JPG 파일과 RAW 파일을 동시에 요구할 때도 있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손쉽게 보정할 수 있는데, 공모전에선 원본과 다르게 선명도나 색상을 조정하지 않은 원본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DSLR 카메라는 필름 대신 메모리 카드를 사용한다. 수중촬영은 물속에서 오랜 시간 체류해야 하는데, 여분의 메모리 카드로 노트북에 이미지를 옮겨가면서 작업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수중촬영을 하다 보면 카메라에 물이 들어갈 수 있다. 메모리 카드는 소금물에 침수되면 쓸 수 없다고 봐야 한다.

필름은 침수가 되어도 어느 정도 살릴 여지가 있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복구가 상당히 힘들다. 늘 여분의 메모리 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촬영한 이미지를 백업장치에 옮겨놔야 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수중에서도 바로 LCD 화면을 통해 촬영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촬영한 이미지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노출 값이나 조명을 수정할 수 있다. 조리개를 더 열어 광량을 더 노출한다든지 셔터스피드를 빠르게 돌려 피사체의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도 있다. 촬영 도중에 감도(ISO)도 바꿀 수 있다.

또한 촬영한 이미지를 장기간 보관하거나 촬영 날짜와 위치 정보를 함께 저장해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촬영 후에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편집하고 색상을 조절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다.

물들어가면 수리도 불가능

옐로우씨팬과 다이버. [사진 박동훈]

옐로우씨팬과 다이버. [사진 박동훈]

DSLR 카메라의 단점은 물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물론 아날로그 카메라도 침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DSLR 카메라의 전자회로는 침수에 치명적이다. 더구나 염분이 다량 함유된 바닷물에 침수되면 카메라를 수리하지 못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단점은 배터리 소모량이 많다는 것이다. LCD 화면으로 이미지를 확인할 때 배터리 소모가 크다. 물속은 물밖에 비해 온도가 낮기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방전될 수 있다. 상온에선 배터리가 충분했는데 수중에선 배터리가 부족해지는 경우도 있다.

충격에도 약하다. 부주의한 취급으로 카메라를 떨어뜨려 강한 충격을 받으면 내장 회로가 손상돼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

좋은 DSLR 카메라를 구입하려면

'좋은 DSLR 카메라를 장만하려면 죽기 바로 전에 구입하라'는 말이 있다. 하루가 다르게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니 최신 기종의 카메라를 사도 몇 달 안 가 구형이 된단 의미다.

DSLR 카메라를 구입할 때 최선의 방법은 뭘까? 먼저 어떠한 목적으로 촬영할 것인지를 염두에 둬야 한다. 다이빙 기념사진 위주로 찍을 것인지, 아니면 작품사진을 찍을 것인지에 따라 카메라 기종이 달라진다. 자신의 활용 목적에 맞는 카메라를 구입하는 것이 정답이다.

카메라에 맞는 수중하우징이 생산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대중화한 인기 기종 카메라는 전용 하우징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DSLR 카메라 사양에 맞는 하우징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하우징이 없는 카메라 모델도 많다. 스틸사진뿐 아니라 동영상 촬영에 관심이 있다면 동영상을 지원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박동훈 스쿠버강사·직업잠수사 http://band.us/@bestscu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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