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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넌 누구냐]⑦고교별 유리한 전형, 과연 맞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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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제도를 변경할 때마다 "혹시 특목고에 유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 말은 "일반고는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입시에선 일반고와 특목고(또는 자사고)가 시소의 양 끝에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한쪽이 유리해지면 다른 한쪽이 불리해지는 것으로 이해됐죠. 이번 '대입, 넌 누구냐'에선 일반고와 특목고를 둘러싼 유불리에 대해 짚어봅니다.

일반고와 특목고·자사고는 학생 구성이 다릅니다. 일반고는 학생의 희망을 고려하긴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소위 ‘뺑뺑이’라 부르는 추첨 형태로 신입생이 배정됩니다. 성적이 높은 학생부터 낮은 학생까지 비교적 고르게 배정되죠.
반면 특목고나 자사고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있습니다. 우수한 학생을 선별해 뽑을 수 있습니다.

이런 학생 구성의 차이는 진학 실적으로 이어집니다. 서울에는 일반고였다가 자사고로 전환한 학교가 22곳 있습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분석에 따르면 이들 22곳이 일반고였을 때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국·영·수 1~2등급 학생이 9%였습니다. 그런데 자사고 전환 후엔 이 비율이 19.9%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22개 학교의 서울대 합격자도 일반고 때인 2011년엔 105명이었는데, 자사고 전환 후인 2018년엔 216명으로 역시 배 이상 늘었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렇다 보니 입시 개편 때마다 특목고의 유불리가 논란이 되는 것이죠. 즉 '지금보다 더 특목고가 유리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특목고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한 입시가 있을까요.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몰리는 특목고에선 학교 내 시험, 즉 내신 성적 경쟁이 치열합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매 학기 중간·기말고사에서 최상위를 유지하기란 어렵죠.
하지만 학교 단위 경쟁이 아니라 전국 단위 경쟁인 수능에선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결국 특목고는 입시에서 내신 성적이 많이 반영될수록 불리하고, 수능 성적이 많이 반영될수록 유리합니다. 자사고 또한 마찬가지죠.

일반고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일부의 우수한 학생이 계속해서 좋은 내신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느 일반고라도 내신이 뛰어난 학생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전국 단위 경쟁인 수능에선 특목·자사고 학생에게 밀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일반고는 대체로 내신이 많이 반영돼야 유리하고, 수능이 반영될수록 불리합니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 '수시 모집은 일반고에 유리하고, 정시모집은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난 2018학년도 서울대 입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의 출신 고교를 살펴보니 일반고(자공고 포함) 학생은 54%, 특목고 학생은 25%를 차지했습니다. 정시모집에선 합격자(최초모집 기준) 중 일반고(자공고 포함) 59%, 특목고 13%를 차지했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목고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서울대의 경우엔 수시(25%)에서 정시(13%)보다 더 높았습니다. 서울대 수시모집에는 특목고 학생을 1명도 뽑지 않은 '지역균형선발' 전형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수시에서 특목고가 상당한 강세를 보인 셈입니다.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특목고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서울대의 수시모집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내신 등급만 반영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다양한 활동과 잠재력을 종합 평가해 선발하는 전형이죠. 만약 내신 등급만으로 선발한다면 특목고 학생은 합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종이었기 때문에 특목고 학생이 낮은 내신 등급을 다른 활동으로 만회할 수 있었던 것이죠.

특목고나 자사고는 정시모집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데, 수시모집에서 내신 등급의 불리함을 보완할 기회(학종)도 가진 셈입니다.

그렇다면 일반고에 유리한 전형은 무엇일까요. 수시모집 중에서도 내신 등급만을 중점적으로 반영하는 전형, 이른바 '학생부교과전형'입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뽑는 신입생이, 학종으로 뽑는 학생보다 더 많습니다. 대학미래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20학년도 입시에서 전국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38.2%로 학종(27.3%)보다 더 높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지만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종 비중을 이른바 '인 서울' 대학으로 좁혀서 보면 학종이 더 높습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13.3%에 불과한 반면 학종은 39.5%나 됩니다. 소위 상위권으로 꼽히는 15개 대학으로 좁히면 격차는 더 커집니다. 15개대의 학생부교과전형 비중은 6.7%, 학종은 44.7%입니다. 일반고에 가장 유리한 전형인 학생부교과전형을 '인 서울' 대학이 외면하는 셈입니다. 이들 대학이 '고교 내신 성적만으로는 우수한 학생을 뽑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이른바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일반고에 더 유리하다'고 할 만한 전형은 거의 없는 셈입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학종이냐, 수능이냐' 논란은 결국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몇 곳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대입 개편 논의에서 '학종이냐, 수능이냐' 논란이 뜨겁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상당한 학생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입시를 치른다는 점은 간과되고 있습니다. 같은 수시모집 안에서도 전형별로 특수성이 다릅니다. 이런 현실을 잘 헤아리지 않고 단순히 수시·정시모집 비율을 결정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수시·정시모집 비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고교 유형별 유불리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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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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