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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통일각인가 … 북한은 홈그라운드, 미국은 중국 땅보다 보안에 낫다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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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7일부터 29일까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에 관련한 실무협상을 벌이고 있다.

판문점선 의제, 싱가포르선 의전 #북·미 협상 ‘투트랙 채널’ 가동 중

통일각은 앞선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했던 곳이다. 미국과 북한이 정상회담 장소인 싱가포르에서 연 채널에선 의전·경호 등 실무를 논의한다면, 판문점 채널은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채널 개설 첫날인 27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어떤 장소에서 회담이 진행 중”이라며 “(장소는) 말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장소”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언론이 가장 흥미로워할 장소는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의 보도로 통일각 협상이 드러났지만 북·미는 장소를 비밀에 부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양국이 왜 가장 중요한 사항을 판문점 북측 지역에서 논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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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북한이 처음부터 미국에 통일각을 회담 장소로 요구했을 것”이라며 “통일각은 북한이 유리한 홈그라운드이며 북한 내부에 미국이 고개를 숙였다고 선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으로서도 최선은 아니어도 통일각이 차선은 될 수 있다. 최선희가 제3국으로 가려면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3국에서 만나면 협상 자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서우두 공항에선 매일 일본 언론이 진을 치고 있다. 또 미국으로선 북한이 제안할 가능성이 큰 중국이나 러시아는 선호하는 장소가 못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라면 대화 내용 보안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으로선 북한이 선호한다는 점에선 껄그럽지만 비밀 협상장으로 판문점 북측 지역이 그나마 나은 곳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의 수석대표는 권한이 없다 보니 사소한 사항도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북한은 통신이 자유로운 통일각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판문점과 가까운 캠프 보니파스에서 통신장비로 본국과 교신할 수 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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