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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포커스] 아래윗집 살던 고향 선·후배…"익산시장은 나야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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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유일 평화당 현역 단체장에 민주당 도전장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해 9월 21일 시청에서 신청사 건립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해 9월 21일 시청에서 신청사 건립 추진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 포스터. [사진 김영배 후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 포스터. [사진 김영배 후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는 옛말…양보 없는 박빙 승부

"지난 2년간 익산시 장기 발전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놨다. 이를 완성하기 위해선 최소한 3~4년이 필요하다. 제가 벌인 일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민주평화당 정헌율 후보)

"익산에는 행정보다 정치적으로 풀 일이 많다. 대기업을 유치하려면 중앙정부의 힘이 꼭 필요하다. 익산을 변화시키려면 집권 여당 소속인 제가 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후보)

같은 고향(함열읍)에서 아래윗집에 살았다. 초등학교(함열초) 선·후배 사이다. 양쪽 부친끼리는 의형제처럼 지냈다. 전북 익산시장에 출마한 두 후보 얘기다.

익산시장 선거는 전북 14개 시·군 현역 단체장 중 유일하게 민주평화당 소속인 정헌율(60) 시장과 더불어민주당 공천장을 받은 김영배(63) 전 전북도의회 의장의 2파전으로 치러진다.

정헌율(왼쪽) 익산시장이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조배숙 대표로부터 익산시 갑 지역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헌율(왼쪽) 익산시장이 지난 3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조배숙 대표로부터 익산시 갑 지역위원장 임명장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인물론 VS 여당 시장론 

정헌율 후보는 풍부한 행정 경험과 튼튼한 중앙 인맥을 바탕으로 한 '인물론'을 내세운다. 김영배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와 70%가 넘는 당 지지율을 앞세워 '집권 여당 시장론'을 강조한다.

두 후보는 행정가와 정치인의 길을 걸어 왔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세제국장과 전북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정 후보는 2016년 재선거로 익산시장에 당선됐다. 김 후보는 익산시의원(4·5대)과 전북도의원(9·10대)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상대 후보보다 나은 점이 뭐냐'고 묻자 정 후보는 '일머리', 김 후보는 '소통 능력'을 꼽았다. 정 후보는 "당이 밥 먹여 주냐. 예산은 동네 구멍가게 운영하듯이 누가 주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기초단체장에게 중요한 건 중앙 인맥이다. 어디를 눌러야 예산이 나오는지 맥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시의원과 도의원만 16년을 했다. 지역 구석구석 어려운 사정과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익산시) 갑과 을이 한목소리를 내고 선거캠프도 같은 곳에 차려 함께 움직이고 있다"며 익산 지역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 후보들과의 연대를 부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가 거리에서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김영배 후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가 거리에서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 김영배 후보]

"수성이냐, 탈환이냐"…호남 맹주 자존심 싸움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는 두 정당 간 기싸움도 치열하다. 전북에서 가장 많은 국회의원(5명)이 포진한 평화당은 정 후보의 수성을 위해 일찌감치 최고위원회를 익산에서 여는 등 세몰이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무주·장수·임실을 제외한 도내 11개 시·군에 단체장 후보를 낸 평화당은 현역이 있는 익산시장 당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북 전 지역 단체장 석권을 노리는 민주당의 공세도 만만찮다. 더구나 익산은 이 지역 3선 국회의원인 이춘석 민주당 사무총장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 지역구가 있는 곳이어서 여당으로선 자존심이 걸려 있다.

이러다 보니 두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지난 3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스픽스에 의뢰해 실시한 익산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도전자인 김 후보가 재선을 노리는 정 후보를 앞섰다. 응답자의 50.4%가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정 후보는 36.6%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익산열린신문이 지난 20~21일 이틀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익산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김 후보를 이겼다. 정 후보는 46.9%, 김 후보는 41.4%의 지지를 얻었다.

정헌율(오른쪽 두 번째) 익산시장이 지난 3월 14일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익산시 북부시장을 찾아 상인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헌율(오른쪽 두 번째) 익산시장이 지난 3월 14일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와 익산시 북부시장을 찾아 상인 등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익산시 신청사 건립 '대립각'

후보 간 공약 대결도 뜨겁다. 정 후보는 지난 2년간 70여 개 기업을 유치하고, 2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 성과를 내세운다. 전북과학기술원 설립과 문화관광 융성도시 조성 등 핵심 공약도 발표했다. 김 후보는 지역 내 일자리 2만 개 창출과 시 예산 2조원 확보로 인구 30만 명이 붕괴된 익산시 경제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농생명-식품산업 중추도시 건설과 명품 의료기기 산업벨트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두 후보는 서로 네거티브 없는 선거전을 약속했지만, 주요 현안에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익산시 신청사 건립이 대표적이다. 1970년 세워진 현 청사는 '붕괴 우려'를 나타내는 D급 판정을 받았다.

정 후보는 올해 초 "익산시민의 오랜 숙원이던 신청사 건립이 국토교통부가 공모한 '노후 공공건축물 리뉴얼 선도 사업'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공기업인 LH와 함께 현 청사 부지와 청사 뒤편 부지 등 1만9000㎡을 활용해 신청사와 주민 편의시설, 수익시설 등을 건립하는 게 골자다. 2019년 착공해 2020년 완공이 목표다. 익산시는 "청사 면적을 1만9000㎡로 산정해 공모에 선정됐고, 사업비는 조달청 청사 건축비를 적용해 480억원으로 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 [사진 김영배 후보]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익산시장 후보. [사진 김영배 후보]

반면 김 후보는 "신청사를 최대한 신속히 지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면서도 "건립 비용 조달이나 과정·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의 공감을 얻는 게 먼저"라며 신중론을 폈다. 또 "익산시가 수백억원의 자산을 LH에 넘기고 LH가 신청사를 지어주는 조건인데, 마치 사업 예산이 480억원만 들어간다고 홍보하는 건 '눈 가리고 아옹'"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후보는 "10년 전 청사 위치 때문에 지역 간 갈등이 불거져 사업이 엎어진 적이 있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고 여론을 들어서 한다는 건 신청사를 지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맞받았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조사 개요 및 방법·결과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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