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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장마 이상저온 찜통더위|변덕날씨에 전국이 "몸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예년보다 보름이상 늦게 시작된 장마가 메마른 남부를 건너뛴 채 북부지방부터 집중호우를 퍼붓는가 하면 이상 저온 뒤 곧바로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등 올 여름날씨에 각종 이상기후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름가뭄」「수해」「일조량부족」「냉해」등 각종 기상재해에 올 여름 농민들은 유달리 많은 고초를 겪어야 했고 기상대의 각종 예보도 빗나가기 일쑤였다. 이 같은 이상기후는 기단(공기덩어리)의 변칙활동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규명은 힘든 실정이다.
◇지각장마=6월20일 쯤 제주도에 상륙, 남-중부지방(7윌 중순)을 거쳐 하순께 북한지방으로 옮겨 소멸하는 예년의 「전형 이 무시된 채 불볕더위와 가뭄 속에 보름간「실종」됐던 장마전선은 7월3일께 갑자기 북한지역에서부터 나타난 뒤 8일께 경기북부지방에 집중호우를 퍼부으며 시작됐다.
◇남갈북우=장마전선은 그러나 충청지방에서 더 이상의 남진을 멈춘 채 중부는 연일1백mm가량의 「장대비」가, 남부는 35도의 불볕더위가 1주 가량 교차됐고 13∼17일에야 남부를 「해갈」시킨 전선은 다시 북한 쪽으로 「건너뛰기」를 한 뒤 재차 남진하며 예년보다 10여일 늦은 7월말께까지 「집중호우」3차례를 포함, 많은 비를 뿌렸다.
「올라가며 비」의. 예년 패턴과 달리 「내려가며 비」를 뿌린 올해의 장마는 소멸지점도 만주 쪽이 아닌 남해 상으로 잡혀 기상대는 전선의 소멸이 확인된 28일 오후에야「내일 장마 끝」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상저온=7월l2일께 동해안지방부터 시작된 이상저온현상은 20일께 전국적으로 확산돼 예년의 경우 1년 중 가장 더웠던 7월말의 수은주를 올해는 5∼10도씩 떨어뜨리며 가을처럼 선선한 날씨가 곳에 따라 7∼20일씩 계속됐다.
늦장마의 영향으로 낮기온이 오르지 않은데다 저온 다습한 오오츠크해 기단의 세력확장으로 빚어진 이상저온현상은 일조량부족과 함께 심각한 냉해를 가져왔으며 심한 북동기류까지 동반, 바닷물을 휘저어 연안뱃길이 4∼5일씩 끊어지기도 했다.
◇열대야=장마가 걷히면서 곧바로 시작된 더위는 지난달30일 서울 31도 등 낮 최고 30도를 넘으면서 매일 0.5∼1도씩 「기록경신」을 하며 70%이상의 높은 습도와 80이 넘는 불쾌지수로 10일째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상저온으로 20도미만에 머물러 있던 아침기온도 8월 들며 서울 등 대부분지역에서 일제히 20도를 넘기 시작한 뒤 25∼26도까지 오르며 시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열대야」 현상까지 빚어냈다.
한여름의 반가운 손님인 「소나기」마저 10일째 「실종」된 맑은 날씨에 강한 햇볕과 복사열로 보온효과가 높아졌고 서머타임실시가 걸쳐 하루 중 최고기온형성대가 종전의 오후1∼2시에서 4시께로 늦춰진 것도 요즘 날씨의 특징.
지난달 30일 오후4시35분에 최고기온을 나타냈던 서울의 경우 31일 오후4시53분, 1일 오후 4시1분, 6일 오후4시, 7일 오후4시31분 등 오후4시대로 늦춰졌고 이 때문에 오후6∼8시 사이에도 낮 최고기온과 비슷한 30도 이상이 유지되면서 퇴근길의 짜증을 더했으며 자정 무렵의 기온도 예년의 오후 8∼10시와 맞먹는 분포를 보이고있다.
뒤늦게 시작된 무더위는 7일 서울지방의 수은주를 10년만에 가장 높은 낮 최고 36도, 아침최저 26.3도까지 밀어 올렸으며 오는 11일께 소나기와 함께 잠시 주춤한 뒤 중순까지 계속되다가 하순께 태풍 또는 후기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으면서 점차 약해질 것이라고 기상대는 전망했다.
◇불규칙 기단=이상기후의 직접적 원인으로 기상대는 기단의 불규칙활동을 들고 있다. 즉 온난기단인 북태평양고기압세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장마전선이 동중국해상에서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한 채 맥돌아 장마가 지체됐고 이후 한랭·온난기단이 불규칙적인 확장과 축소를 거듭하면서 장마전선의 불규칙이동과 이상저온 등을 가져왔다는 것.
이 같은 불규칙기압분포는 특히 여름철에 자주 나타나 예측을 어렵게 하고있으며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선 공해 등 여러 각도에서 연구가 진행되고있으나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진 않고 있다.

<민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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