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미회담 취소에 여당은 신중…홍준표 "정의용 등 파면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야는 24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범진보 진영에선 "아직 협상이 끝난 게 아니다"는 신중론을 보였고, 보수 야당에선 "외교안보 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서한에 대해 24일 밤 공식적인 논평을 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이튿날 오전 9시에 열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추미애 대표는 지방선거에 대한 각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대통령 개헌안 폐기 등을 언급한 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짧게 언급했다. 추 대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을 취소한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북한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북한의 평화 의지는 변함 없다고 했다"며 "아직 비관과 낙담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해찬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면 큰 지평이 열릴 것으로 모든 사람이 생각했는데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제가 보기엔 실무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고 날짜를 12일로 잡고 하려니 협상이 잘 안 돼서 탄력성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중앙선대위 회의를 열고 "국회 평화 외교단을 미국에 긴급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이를 직접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핫라인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당 조배숙 대표는 "북한이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서 문제를 풀 용의가 있다고 했다"며 "판이 잠시 흐트러졌지만 다시 희망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당 긴급전략회의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수십년 동안 쌓인 불신이 단기간에 극복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한다"며 "우리 정부가 회담 취소를 기정사실화 하지 말고 모든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외교안보 참모들을 비판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재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연합뉴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미·북 회담으로 북핵이 완전히 폐기돼 한반도의 영구평화가 오기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해 깊은 유감을 거듭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지켜지지, 말의 성찬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는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국제제재와 압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수원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네 사람을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대통령이 돌아오는 비행기 속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는지도 모르고 왔다"며 "정 실장은 불과 몇 시간 뒤에 있을 회담 취소도 모르고 99.9% 된다는 식의 판단을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보실장을 시키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강 장관은 외교참사를 만든 통역관 출신 외교부 장관"이라며 "책임지게 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운전자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과 장밋빛 환상에 취해있는 동안 현실은 냉정하게 움직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무성 한국당 북핵폐기특위 위원장도 입장문을 통해 "착한 공산주의자는 없으며, 착한 독재자는 더더욱 없다. 섣부른 낙관과 열의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운데)가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가운데)가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공동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취소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던 완전한 비핵화, 완전한 북핵 폐기는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운전대에 앉아 도대체 무엇을 조율했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이어 "문 대통령이 '나는 과거와 달리 할 수 있고 다르다'는 생각만 가지고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채 덤비기만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자의 오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한마디로 외교 참사"라고 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