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보이그룹이 컴백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준비 기간을 갖고 다시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나오는 것은 이제 익숙한 일인지라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그 컴백의 무대가 빌보드 뮤직 어워드인 것이 다른 것이지요.
빌보드는 미국의 유행 음악이 세계의 유행 음악과 다름없었던 시절, 문화제국의 공식 랭킹을 만들어주던 바로 그 잡지입니다. 알파벳뿐 아니라 친절하게도 한글로 음독된 가사를 포함한 최신 유행 팝송 악보집의 제목에 언제나 자리 잡았던 그 잡지 말입니다. 우리에겐 너무나 먼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었기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마다 리어카에 함께 실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들으며 조악하게 복사된 커버의 최신 팝송 모음집을 고르던 ‘길보드’ 차트의 추억도 그 시절 시공간의 기억과 함께 남아있습니다.
그 꿈의 무대에서 세계적인 뮤지션이 된 한국의 그룹은 ‘한국어’로 신곡을 노래했고, 발매 후 채 이틀이 지나지 않은 그 곡의 후렴구를 현장의 수많은 사람이 모두 따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영어를 해야 전 세계로 통할 수 있다며 그토록 수고롭게 받은 사교육이 무의미해 보이기까지 했다면 너무 멀리 간 것일까요.
이 무대를 보며 한옥 마을과 한복 입기로 브랜딩에 성공한 한 도시가 떠오릅니다. 산업의 기반이나 인구의 수는 크지 않아도 가장 한국적인 것을 내세우며 자신다움을 키워왔기에 한 해 천만명이 넘는 방문자를 모은 도시 이야기입니다. 이에 반해 한때 외국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그들에게 물건을 팔고자 하는 욕심에 그 나라 언어로 된 간판들이 난립하며 한국다움을 잃어버리게 된, 이제는 예전의 영화를 그리워하는 서울의 한 거리가 오버랩됩니다. 이웃의 섬나라에 가는 수많은 관광객이 그 나라만의 정취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다는 사실을 우린 간과했던 것이 아닐까요.
BTS는 BTS적이어야 하며, 신한류는 신한류적이어야 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어떤 모습으로 유일할 것인지를 모색할 때 존재의 의미와 크기는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칼군무와 올라이브와 같은 독보적인 실력과 재능을 갖출 때 나다움이 더욱 빛이 난다는 사실입니다.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