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풍계리 도착, 폭파 소식 들릴까 깜깜이 하루 될까…함북 밤부터 소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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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취재하기 위해 23일 저녁 7시께 전용열차로 원산을 출발한 취재진은 24일 종일 연락이 끊긴 상태다. 원산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재덕역까지(거리 416㎞)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 시속 35㎞ 안팎 속도로 서행할 경우 12~14시간 정도 걸린다. 계획대로라면 이날 오전 재덕역에 도착해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덕역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21㎞ 정도 거리로, 차량으로 4시간 이동 후 도보로 1~2시간 가량 더 가야한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취재할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통신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취재할 남측 공동취재단이 23일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신화통신 트위터 캡처=연합뉴스]

 전날 북한 관계자는 취재진에 “내일(24일) 일기상황이 좋으면 (폐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취재진 사이에선 이르면 24일 낮 12시에 폐기 행사가 열릴 경우, 저녁 무렵엔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일정이 거론되기도 했다. 취재진은 휴대전화와 인터넷 장비를 소지하지 못해 다시 기차를 타고 원산 갈마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까지 돌아와야 사진ㆍ영상과 기사 송고가 가능하다. 원산으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별도의 연락이 어렵다면 25일 새벽까지 48시간 가까이 현지 취재진과 연락이 닿지 않는 ‘깜깜이’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다.
 다만 이날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북한이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먼저 방송을 내보낼 수도 있다. 기상청 지진관측소 등에서 지진파를 통해 폭파를 감지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이날 북한 날씨는 대체로 맑겠으나 핵실험장이 위치한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는 한두 차례 흐려 오후와 밤 사이에 약간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날씨 등)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오늘 (폐기) 행사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38노스 &#34;풍계리 갱도 폭파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 완공&#34;   (Airbus Defense and Space 38노스=연합뉴스)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의 폭파를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가 완공됐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도로도 추가로 정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 [Pleiades ⓒ Cnes 2018, Distribution Airbus DS]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38노스 &#34;풍계리 갱도 폭파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 완공&#34; (Airbus Defense and Space 38노스=연합뉴스) 21일 찍힌 풍계리 일대의 위성사진을 보면 서쪽 갱도의 폭파를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가 완공됐고,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도로도 추가로 정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5.23 [Pleiades ⓒ Cnes 2018, Distribution Airbus DS] pho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자들의 현지 취재 접근 상황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22일(현지시간) 상업위성이 하루 전에 찍은 핵실험장 일대 사진을 분석한 결과 서쪽 갱도와 북쪽 갱도의 폭파를 볼 수 있는 전망대 공사가 거의 완료됐고, 남쪽 갱도 옆에는 기존의 전망대 이외에 또 다른 전망대가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새로 지어진 전망대를 통해 기자들의 취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자들을 어느 정도 접근 시킬 수 있을지, 어느 정도의 정보를 제공할지도 관건이다. 핵실험장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배제시킨 것도 한계다. 4개의 갱도 가운데 1차 핵실험에 사용하고 오염으로 폐쇄된 1번 갱도와 2∼6차 핵실험에 사용한 2번 갱도를 제외하고 3번과 4번 갱도는 사용이 가능한 상태다. 이 3,4번 갱도의 완전 폐기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안진수 전 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기술원은 “기자들이 들어갔다고 해서 갱도를 다 구경시켜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럴 시간도 부족하다”며 “전문가라고 해도 핵개발 경험이 있는 미국이나 러시아 전문가들이 봐야 기술력이 높은 핵실험을 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자들이 육안으로 봐서는 기술적인 정보 파악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콘크리트로 입구를 막는다고 해도 안쪽 깊숙한 곳까지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 폭파를 했는지는 알 수 없고, 나중에 우회 통로를 내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폐기 행사는 비핵화 협상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의미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풍계리=공동취재단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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