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결국 성사되겠지만 중국까지 끼어 밀당 계속될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의 회담 전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가 보는 비핵화 담판 #“트럼프의 조건부 회담 연기론은 #제대로 된 회담 하겠다는 의지”

문 대통령을 수행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99.9%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평가했지만 미국으로선 믿기 어려운 북한을 자꾸 믿어도 된다고 한국이 보장하는 데 대한 우려도 이 때문에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2일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지나치게 자처할 경우 한·미 동맹의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대다수의 전망이다. 북한의 무산 위협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기 가능성 언급은 줄다리기 성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 및 취소 가능성 카드를 꺼낸 것은 성과가 없는 회담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제대로 된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정은의 안전을 보장한 것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그간 제기해 온 불만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답을 준 것”이라며 “북한이 원하는 부분도 타협할 여지가 있다고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미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이라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준 것인데 북한이 이것까지 못 받으면 그냥 회담 판을 깨버리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은 일괄타결을 받는 형식을 취하면서도 그 안에서 단계를 쪼개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핵 물질의 이전처럼 예민한 문제에서 기싸움이 벌어지거나 연합훈련 중단 등 북한이 원하는 한·미 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을 보상안에 포함시키는 문제를 두고 중국까지 끼어들어 복잡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의 후원자로 등장한 양상이라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미 간 담판으로 단순화할 수 있었던 북핵 게임이 최근 중국의 과도한 개입으로 복잡해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때문에 김정은이 더 많은 카드를 들게 됐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수진·유지혜·윤성민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