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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사별한 음성 황새 부부…47년만에 박제가 돼 '재회'

중앙일보

입력

충북 음성 황새 부부의 표본. 왼쪽이 암컷이고 오른쪽이 수컷 표본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충북 음성 황새 부부의 표본. 왼쪽이 암컷이고 오른쪽이 수컷 표본이다. [사진 국립생물자원관]

1971년 사냥꾼의 총에 수컷이 희생되면서 이별을 하게 된 황새 부부가 47년 만에 박제 표본으로나마 다시 만나게 됐다.
바로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에 둥지를 틀고 텃새로 함께 살던 남한 마지막 황새 부부 이야기다.

전시회 안내 포스터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전시회 안내 포스터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은 24일부터 9월 말까지 인천 서구 자원관 기획전시실에서 '황새, 다시 둥지로' 특별전을 열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수컷 황새 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경희대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진행한다.

공개 3일만에 황새 수컷 희생돼

음성 황새 부부(오른쪽이 수컷)의 생전 모습 (1971년 박용운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음성 황새 부부(오른쪽이 수컷)의 생전 모습 (1971년 박용운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황새는 원래 한반도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텃새였다. 하지만 텃새로 사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새는 거의 사라졌고 1971년 무렵에는 충북 음성에서 황새 부부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큰 사회적 관심을 끌 정도가 됐다.
71년 4월 1일 음성 생극리에서 황새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불과 3일 뒤인 4월 4일 수컷 황새가 밀렵꾼이 쏜 총을 맞고 죽고 둥지에 있던 알까지 도둑맞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충북 음성의 수컷 황새 희생을 특종 보도한 중앙일보 1971년 4월 5일 7면 기사

충북 음성의 수컷 황새 희생을 특종 보도한 중앙일보 1971년 4월 5일 7면 기사

홀로 남겨진 암컷 황새는 한동안 무정란만 낳다가 농약 중독으로 중태에 빠져 83년 서울 창경원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동물원에서 관리를 받던 황새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으나 다른 수컷과의 번식에도 실패하고 94년 결국 숨졌다.

홀로 남은 음성 황새 암컷 (1982년 원병오 교수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홀로 남은 음성 황새 암컷 (1982년 원병오 교수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이후 수컷 황새 표본은 경희대 자연사박물관에, 암컷 표본은 서울대공원을 거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시회에서는 황새 부부의 실물 표본 외에도 황새의 생태와 문화적 의미, 이들 황새 부부를 취재한 기사도 함께 전시한다.
특히, 1996년 시작된 '한반도 황새 야생복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충남 예산 황새 공원 둥지에서 번식 중인 황새의 모습도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김진한 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은 "경희대에서 수컷 황새 표본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부부 황새 표본을 한곳에 모아 전시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기왕이면 시민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공개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마지막 번식 황새 이야기는 생물 종이 한번 사라지면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텃새와 철새 같은 종이지만 안 섞여 

2003년 서해안 천수만에서 관찰된 겨울철새 황새 (김성현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2003년 서해안 천수만에서 관찰된 겨울철새 황새 (김성현 촬영) [자료 국립생물자원관]

황새는 서식지역에 따라 텃새인 황새와 철새인 황새로 구분되지만 서로 외형상의 차이는 없다. 텃새인 황새는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연중 크게 이동하지 않고 살면서 번식을 하고 겨울을 지냈던 것들이다.

반면 철새인 황새는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아무르강·우수리강 유역의 습지대에서 번식하는데, 가을이 되면 중국 양쯔강 유역으로 남하해 겨울을 지내기도 한다. 이 중 일부가 한국을 거쳐 가거나 한국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지난 1월에도 서해안 습지에서는 20여 마리의 황새가 관찰된 바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둥지탑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황새 부부 [사진 예산황새공원]

충남 예산군 광시면 둥지탑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황새 부부 [사진 예산황새공원]

한편, 한국교원대 연구팀은 1996년부터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들여와 복원사업을 진행했고, 2015년부터는 충남 예산군과 함께 번식한 황사 일부를 자연에 방사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교원대 84마리, 예산황새공원 73마리를 사육 중이고, 24마리는 자연에 방사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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