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그의 뒷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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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1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0보(119~132)=120은 경쾌하면서도 묘한 수. 보통은 '참고도'처럼 흑1로 우직하게 막는 걸 먼저 떠올릴 테지만, 이렇게 두면 흑3으로 막는 게 후수(後手)라서 큰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탕웨이싱 9단은 한걸음 느슨하게 물러나는 묘안으로 위기를 타개했다. 역시 노련하고 현명하다.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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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싱 9단의 계획대로, 백이 122로 한 점을 잡을 때 선수(先手)를 잡은 흑은 123을 재빨리 차지했다. 123은 좌우의 돌들이 한 번에 연결되는 두터운 자리인 동시에, 실리 면에서도 다른 곳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자리다. 아마도 탕웨이싱 9단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선수를 차지할 수 있는 121을 계획했을 것이다.

고군분투하는 탕웨이싱 9단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인가 돌을 놓는 구쯔하오 9단의 손길에서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현재 판세로는 백이 두텁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판을 정리해나가면 무리 없이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124부터 128까지는 두터움을 활용해 중앙에 백의 집을 쌓아가는 수순.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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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뒷심 좋기로 유명한 탕웨이싱 9단이 이대로 호락호락 물러설 리 없다. 129로 좌상귀에 불쑥 침투해 본격적인 막판 흔들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구쯔하오 9단은 여전히 태연하다. 되레 탕웨이싱 9단에게 되묻는다. 바둑판 좌중앙에 길게 늘어져 있는 너의 돌들은 완전히 살아있느냐고.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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