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4주째 모습 감춰…이란서 총격 사망설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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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33) 왕세자가 한 달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신변에 이상이 생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 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진 연합뉴스]

왕세자의 동정을 빠짐없이 보도하는 사우디 국영통신사에서 그의 모습이 포착된 것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이 마지막이다.

사우디 국영통신사가 그간 공식 행사나 정부 회의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참석한 모습을 빠짐없이 보도한 만큼 적어도 지난달 28일 이후엔 외부에 모습을 노출하지 않은 셈이다.

이를 둘러싸고 사우디의 적대국 이란 언론과 사우디에 우호적이지 않은 중동 내 언론들은 그의 신변이상설을 제기했다.

이란의 강경파신문인 케이한은 지난주 “4월 21일 사우디 왕실 내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던 당시, 빈 살만 왕세자가 총탄 두 발을 맞아 치료 중 사망했다”며 사우디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왕세자의 개혁·개방 정책과 기득권 숙청 노력에 불만을 품은 반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저녁 사우디 리야드의 왕궁 부근에서 총성이 났다는 현지 보도와 맞물려 더욱 그렇듯한 루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사우디 당국은 오락용 드론이 왕궁에 접근해 이를 향해 경비병들이 총을 쐈다고 발표했다. 신변이상설을 제기하는 중동 언론들은 이 총성이 드론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쿠데타 시도였다고 추정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과감히 추진하는 개혁 정책과 기득권 숙청 드라이브에 불만을 품은 반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달 28일 사우디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살만 국왕을 접견할 때도 빈 살만 왕세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신변이상설이 더욱 부각됐다. 외국의 고위 인사가 사우디를 찾으면 무함마드 왕세자를 빠짐없이 만났다.

또 라마단을 맞아 살만 국왕이 17일 주요 왕실 인사, 장성급 군인, 성직자, 내각을 초청한 대규모 행사에도 무함마드 왕세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쿠데타가 발생했다던 21일부터 일주일 뒤인 28일에 외부 행사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의 모습이 공개된 바 있어 신변이상설에 반론도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3∼4월 장기간 미국·유럽 순방과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외국에서 휴식 중이라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사우디 왕실은 아직 이런 의혹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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